해마다 봄이 되면 그 집앞에 서있는 커다란 목련꽃을 기다린다.
올해는 늦게 오는 봄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여름처럼 무더웠다.
겨우 움이 트기도 어려웠는데 갑자기 꽃들이 소리 지르며 와지끈
어찌 할지 몰라 고운 꽃잎을 급하게 여느라 구겨진 채 웃는다.
카메라로 열심히 찍어보는데 그 집 여주인이 내게 다가온다.
전에도 몇 번 웃으며 눈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가까이 다가와 이런저런 궁금했던 것을 물어본다.

서로 간단한 통성명과 소개를 했다.
그녀는 터키 이스탐불에서 살다가 10년젼 이민왔다고 했으며
내가 터키에 대략 8번은 방문한 것 같다고 했더니
반가워하며 터키의 어느 곳을 가보았느냐고 물어서
동부서부터 서부까지 몽땅 다 다녔다고 했더니
자기는 동부는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다.
터키 동부에 있는 아라랏산에대한 이야기를 해주다가
근처의 아름다운 호수 반(Lake Van)에 대해 설명하는데
갑자기 자기가 유명한 반호수의 고양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너무 놀라 정말이냐고 반색하며 양쪽 눈 색깔이 다르냐고 물었더니
약간 그렇지는 않다며 앞문을 열면서 들어와보라고 한다.
조금 미안해 했더니 지금 남편이 집에 없어 괜찮다며 손짓한다.

깨끗한 응접실 옆 층계 근처를 가르키는 것을 보니 정말 반호수의
그 유명한 하얀 고양이가 아닌가?   내가 그곳 여행중 1천불을 주면
반호수 고양이를 미국에 가져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했더니 아니란다.
지금 가지고 있는 고양이는 숫컷으로 나라에서 허가 받는데
너무 어려웠다며 지금 한 살인데 작년 5월에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자기 여동생도 한 마리 가지고 싶어하는데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주 희귀해서 암컷을 찾기도 힘들다고 해서 새끼를 낳으면
나도 하나 갖을 수 있느냐고 했더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비록 양쪽 눈이 다 같아 보일지라도 이렇게 이곳에서
그 유명한 터키 반호수의 흰 고양이를 만나게 되다니…

오늘은 지하실에서 놀아서 고양이가 더럽다며
다음에 깨끗하게 목욕시킨 후 꼭 다시 사진 찍으라고 한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며 카메라 셔터를 여러 번 누르며
그녀, 세미에게 고마웠다.  고양이 이름이 프린스이며 그 뒤에
터키식 이름이 무어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프린스로 부르겠다며
다시 놀러오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웃으며 머리를 끄떡인다.
다음에 방문할 땐 예쁜 화분이라도 장만해서 고마움을 표시해야겠다.

 

윤명희
201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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