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문은 내과의사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고
두 번째 방문은 발이 아프시다고 발닥터에게 지난 주에
세 번째 방문은 청각 테스트를 위한 방문으로
오늘 아침 10시 30분에 엄마를 위해 예약을 했었다.

처음 두 방문은 한국의사들이어서 엄마가 언어에 불편함이 없으셨는데
마지막 세 번째는 내과의사가 추천해 준 3개의 명단이 모두
영어권이어서 진찰할 때도 옆에서 계속 있어야 했다.
늦지 않게 늦어도 40분 전엔 집을 떠나야 한다고 다짐했건만
아침부터 엄마는 천천히 목욕하시고 도대체 방문을 안 여신다.

나는 늦지 않기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어놓고 GPS에 주소를 입력시킨 후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시지 않는다.  속이 다 타는 것 같아
몇 번 집안에 들어가 잘 듣지 못하시는 엄메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아침부터 왜 그래?  엄마가 맞선보러 가는 것도 아닌데… “
“으으…  응”  대답하시고선 또 무소식이다.  나중엔 너무 화가나서
문을 버럭 열고 늦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확인시켜 드렸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늦느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참 지난 후 천천히 걸어 나오시는 모습에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다.
가뜩이나 걷기도 힘들어 하시면서 정말 해도 너무 하신다고 씩씩거렸다.
엄만 차에 올라타시더니 내게 얼굴 좀 보라고 하신다.  난 화가 나서
퉁면스럽게 늦었는데 엄마 얼굴 봐서 무엇하겠느냐며 쏘아붙였다.
그랬더니 눈썹을 그렸는데 잘 못 된 것 같다며 아주 다 지워버려야겠다고
하신다.  나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해져서 아무 말도 못했다.
아!  아무리 나이가 들으셔도 여자구나…  예쁘게 보이고 싶으시구나…

정말 노인을 돕는 일은 첫째도 인내, 둘째도 인내, 셋째도 인내다.
너무 화가 났던 탓이었는지 의사가 추천해준 세 주소 중 세 번째 병원에
간다는 게 두 번째 주소를 입력시키고 룸넘버는 세 번째를 기억하고 갔다가
가뜩이나 늦었는데 허탕치고 다시 세 번째 의사에게 가야했다.
정말 화가 얼마나 나던지…   결국 다시 전화로 늦는다는 연락을 하고서
겨우 도착해서 늦게까지 기다려야 했다. 

엄마의 청력은 아주 퇴보되어 있었다.
메디케어로 커버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어서 여러 잡음이 심해
보청기를 사용하기 힘들다는 다른 노인분들의 불평을 익히 들은 터라
아예 좋은 것으로 4쳔불을 지불하고 주문하기로 했다. 

화가 치밀었던 것은 다 풀어지고 엄마가 측은하고 불쌍해 맘이 아팠다.
그렇게 건강하시고 일을 무서워하지 않으셨는데 작년이 다르고
올해는 눈에 띄게 쇠약해지신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채소밭을
작년부터 조금 축소시키시더니 올핸 전혀 안 하시겠단다.
이젠 더 이상 텃밭에서 싱싱한 고추랑 오이랑 따먹지 못할 형편이다.
그나마 멋대로 나서 혼자 잘 자라는 부추와 깻잎 정도나 먹을 수 있겠지…

 

윤명희
201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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