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우울하게 들려 무슨 일이 있음을 곧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자기가 잘 알고 지내는 친구의 남동생이 맨해튼에서 갑자기 달려드는 택시에 치어 크게 다쳤다고 했다.  유명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유명 대학을 나와 맨해튼에 위치한 이름이 있는 회사에 취직이 되어 인정을 받으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던 유망한 젊은 청년이었는데 맨해튼 거리를 걷다가 그만 불의의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것이다.

한국에서 딸과 아들 두 자녀를 일찌기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사립학교와 명문대학에 보내 모두 좋은 직장에 취직까지 하여 자식교육에 크게 성공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던 그들의 부모에게 상상하기도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즉시 부모가 뉴욕에 오게 되었고 실제 병원에 누워 있는 아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절망 중에 가느다란 희망의 끈이라도 잡으려고 몸부림쳤다.

똑똑하고 잘 생기고 한 번도 부모 마음을 아프게 하지도 않았고 잘 자란 그렇듯 멋졌던 아들이 온몸이 퉁퉁 부어오른 채 이미 뇌사상태가 되어 한 번도 부모를 알아보지도 못한 채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몸부림치며 울면서 의사에게 애원도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의사는 이미 살 가망이 없으니 호흡기를 떼자고 했다.  엄마의 마음은 그 아들을 그대로 그냥 보낼 순 없었다.  의사도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계속 호흡기를 연결해 놓은 상태다.

딸은 그의 누나가 울면서 전하는 소식을 듣는 것만도 너무 슬프고 힘들다고 했다.  그의 사촌인 한 유능한 청년은 우리 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터라 그들의 슬픈 사연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다.
한 아름다운 청년이 새벽 이슬이 되어 곧 사라지는 것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인생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너희는 사람을 의지하지 말아라. 그의 숨이 코에 달려 있으니, 수에 셈할 가치가 어디에 있느냐?” (이사야 2:22)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사랑의 대상일 뿐이다.  호흡이 코에 달려 있을 뿐, 호흡이 끊어지면 보잘 것 없어 가치가 전혀 없어지는 것이다.

많이 가졌다고, 많이 배웠다고, 젊다고, 잘 생겼다고, 건강하다고 자랑할 게 무엇인가?  그저 한 낮의 꿈처럼 잠에서 깨어 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될 이 세상에 미혹되지 말아야 한다.  보이는 세상은 보이지 않는 세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주님을 의지하고 하늘 나라에 소망을 가진 사람들은 아침 이슬과 같이 곧 사라질 이 세상을 의지하고 자랑하지 않을 것이다.

이 우주를 창조하시고 왕 중 왕이시요, 신들의 신이신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들은 영원한 복이 있을 것이다.  하나님만이 의지할 분이시요, 하나님만이 우리의 구원자 되신다.  아멘.

윤명희
20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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