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뉴욕의 회사를 그만 둔 후 홀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어느 회사에서 파타임 일을 주어 그곳에서 있다가 미래의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으로 아파트를 옮겼다. 그곳에서 암스테르담 회사를 원격으로 도와 생활비를 벌면서 사업구상을 하던 중 창업 비자로 바꾸기 위해 뉴욕에 돌아와 연말을 가족과 함께 보낸 후 내년 2월에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예전에도 아들이 추천하는 영화라면 되도록 함께 보았는데 이번에도 몇 개의 영화를 제의해와 같이 보게 되었다. 지난 주엔 007 제임스 본드 영화 스카이 훨(Sky Fall)을 보았는데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좀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영화의 전반부는 그런대로 괜찮은 느낌이 들었으나 후반부에 진입하면서 너무 국한된 상황연출로 점점 긴장이 완화되면서 흥미를 잃어가는 감이 들었다.
오늘은 얀 마텔의 소설 라이프 오브 파이Yann Martel’s novel Life of Pi를 오스카 상을 받았던 앙 리 감독Oscar winning director Ang Lee이 이것을 영화화하여 다시 오스카상 후보자로 지명된 작품을 보았다. 3D 영화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인도에서 이민해서 캐나다에 살고 있던 주인공 파이 파텔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 동네 소설가가 주인공의 이야기가 좋은 소설의 소재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둘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파이가 16살 되던 해 동물원을 운영하던 부모가 캐나다로 이민가기 위해 동물들을 북미주에 팔기로 한다. 모두 함께 배에 오르는데 풍랑을 만나게 되어 다 죽고 파이만 구명보트에 실려 태평양을 떠돌게 되는데 그 보트엔 가족 대신 하이에나, 얼룩말, 원숭이 그리고 뱅골 호랑이가 함께 하게 된다. 나중까지 남게 된 호랑이와 파이의 피눈물 나는 사투가 계속되면서 험란한 바다와 싸우는 227일 간 바다에서 일어난 일들이 전개된다.
콤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졌다는 호랑이의 모습은 아주 생생하게 잘 그려졌으며 밤바다의 풍경이나 노을 지는 바다풍경도 아름답게 시각적 미를 자극한다. 전체적으로 획기적인 콤퓨터 영상기술의 발달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옥의 티라고나 할까 군데군데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그렇게 오래 바다에서 지내면 온 몸이 벗겨지고 더 험한 모습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사실감이 좀 떨어지고 같은 내용을 좀 길게 끌었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아들도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은 아쉬운 영화인 것 같다고 했다.
영화를 본 후 사랑스런 아들과 생각을 함께 나누는 건 크나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다음 주 월요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로 온 가족들이 모이고 연말도 바쁘게 지내고 나면 또 새로운 한 해를 마지하게 되고 곧 이어 아들도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갈 것이다.
유럽의 경기침체로 스페인은 거의 80 퍼센트의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그런 현상은 유럽 전체를 위협하고 있어 재능있고 야심찬 많은 젊은 이들이 베를린으로 모여들어 서로 정보교환하며 자신만의 창업을 꿈꾸면서 미래의 부를 창출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한다.
더욱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뉴욕의 직장을 그만 두길 너무 잘 했다고 했다. 뉴욕에 있었으면 받는 월급으로 겨우 비싼 아파트값과 식비로 사용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 근근히 살아갔을 거라며… 그런데 공부를 계속하며 경험을 쌓아가는 지금은 벌써 많은 회사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직 젊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 창업기회가 훨씬 유리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유럽에 살면서 근검절약을 배운 것 같다. 절대 부모 도움 없이 견디겠다고 했다.
다시 돌아가면 30살까지 열심히 일해서 자신의 기업을 일구고 난 후 돌아오겠다고 하니 내년 봄엔 내가 아들이 사는 베를린으로 가서 몇 주 지내야겠다. 아들과 유럽여행을 자주 해서 다 가보았던 곳을 다시 함께 여행하기로 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곳에 머물동안 함께 영화도 보게 될 것 같다. 영화는 우리 모자의 정을 더욱 가깝게 해주는 것 같다.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다.
윤명희
12/19/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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