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간 희망과 좌절 사이를 넘나들며 줄을 탔다. 마치 얼마 전 최초로 나이아가라 폭포 위를 건너는데 성공했던 사람처럼 숨을 죽이면서 생각에 잠겼었다. 빈곤한 상상력으로 소설을 쓰기는 아예 글렀고 함축적 의미를 가진 시도 쓰기가 참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수필이 가장 적합한 장르인 것 같다. 그리고 학식이 풍부해 논문을 쓸 자격은 없지만 수필은 산문의 양식을 빌려서 자신의 체험이나 마음의 세계를 묘사하는 것이고 의식이나 무의식 중에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읽는 이들의 미적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중 내가 할 수 있을런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이 한 편이고 책은 많이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 수필의 본질에서 알 수있듯이 ‘자아의 탐구와 표현’이라는 점에서 멈칫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내면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실제 세계여행보다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개성을 생명으로 삼는 수필에 과연 나의 개성은 남다른가. 더구나 나의 문장력은 어떤가. 다른 사람들의 성숙한 글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손은 자판기에서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다시 가다듬어보며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보고 또한 새로운 측면으로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세밀하고 정확한 관찰에 의해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강조할 부분은 강하게 강조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김태길 수필가가 언급한 것처럼 ‘수필을 통하여 표현되는 대상이 궁극적으로 필자 자신이라는 사실은 탁월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 탁월한 수필을 쓰기에 유리한 위치에 선다는 뜻을 함축한다.’라는 대목에선 주춤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내게 탁월한 인품이라니…
독서와 사색은 글쓰기에 필수이다. 그렇지만 독서와 사색할 시간이 부족해서 글쓰기가 어렵다 하더라도 요새 말로 쫄지말고 계속 써보겠다고 과감히 생각하다가도 다시 머뭇거리게 된다. 글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고 독자의 심금에 와 닿는 문장을 쓸수 있으면 좋겠다. 성숙한 미적 감각으로 간결한 문장에 여운이 길고 함축성 많은 글을 쓸 수 있고 그리고 군소리가 하나도 끼어들지 않은 살아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윤명희
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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