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1965년에 둘레길이 시작되어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걷는 길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는 올레길이 17군데나 있다고도 합니다.  ‘올래’라는 말은 ‘거친 바람을 막기 위해 큰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돌(현무암)로 쌓은 골목’을 나타내는 제주도 사투리라고 합니다.

올레길은 걸어서 주변경치를 즐기면서 동행자와 좋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도록 된 도로를 말하는데 원래의 뜻은 오랜 옛날에 제주에서 소와 말을 키울때 해가 저물면 집 안으로 소와 말을 몰고 와서 줄을 세우는 골목길을 올레라 했다고 합니다.

둘레길이란 말은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라는 뜻으로 어느 지역이나 산의 테두리나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또한 서산 아라메길이 있는데 아라와 메는 ‘바다와 산’이라는 우리 옛말이고 이것은 서산의 바다와 산이 이어져서 만든 길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흥에는 능내길이 있는데 능내는 고구려 시대의 말로 ‘뻗어나가는 땅’이라는 뜻이랍니다.  또한 변산에는 마실길, 강화도에는 나들길, 소백산에는 자락길, 동해에는 해파랑길이 있다고 합니다.

산티아고 길이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의 글을 읽으니 파리에서 생장 피드포르까지 TGV로 이동해서 그 곳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 그리고 그 곳에서 피스떼라까지 120km를 걷는데 총 길이 920km에 35~36일 예정하고 있더군요.  그러면 보통 하루 25.6km를 걸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렇게 장거리 걷기에는 준비물도 만만치 않아 베낭의 무게가 아무리 줄이더라도 9.5kg이 된다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입니다.

몇 달 전 허리 때문에 한 바탕 고생을 하고 난 후 이젠 살기 위해 걸어야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독서나 콤퓨터 때문에 오래 앉아 있다가 생긴 일이라 새벽에 알람을 켜놓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몇 주가 지나니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스포츠 센터에 등록해서 그 곳까지 운전해서 오가지 않아도 되고 일부러 비행기를 타거나 커다란 베낭에 옷이나 먹을 것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시간 나면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집을 나서기만 하면 되는 가장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것입니다.

어슴프레한 새벽녘 차분해진 공기를 가르며 걷노라면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새벽 출근을 재촉하며 자동차 엔진이라도 켜면 공기는 다 망가지고 맙니다.  그럴 땐 우리가 평소 얼마나 험한 공기를 마시며 살아왔는가를 실감하게 됩니다.

다시 시작할 때 잠시 불편한 듯 했으나 곧 회복되어 이젠 2 시간 쯤은 거뜬히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아쉽다면 책읽기가 좀 수월치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걸으면서 기도와 사색을 할 수 있어 생각이 퍽 정돈되는 것 같아 영혼의 둘레길도 있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비록 동네길이라 산과 바다를 끼고 도는 멋진 풍경은 아니지만 꽃과 나무들이 있어 그런대로 계절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아쉬워 상상의 나래를 펴서 내 마음의 길을 가슴 속에 심었습니다.  공원 옆을 지날 때면 구릉진 언덕에 파란 잔디가 끝없이 펼쳐진 곳을 상상하기도 하고 다른 길과 맞닿는 곳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드넓은 바다를 마주한 것 처럼 잠시 눈을 감은 채 머리를 뒤로 젖히고 두 팔을 맘껏 펼치기도 합니다.

동네길이 올레길이든 둘레길이든 무슨 길이라도 될 수 있겠지요.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걷는 것입니다.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도 없는 것 같아 죽을 때까지 걸으려고 합니다.  살고 싶으면 걷고 죽고 싶으면 누우세요.  이 말을 항상 되새기며 오늘도 마음의 둘레길을 걷습니다.  내 마음의 언저리를 더듬어가면서…

명희
201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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