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TV를 보려면 매달 따로 요금을 지불해야 볼 수 있어 특별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고, 미국채널도 많은데 구태여 이곳에서 한국채널을 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케이블 회사에서 3달 동안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고 해서 한국채널을 허락한 후 요즘 집에서 24시간 한국방송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채널이라야 MBC, YTN, SBS 등 3 개만 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돌아오니 엄마는 벌써 한국채널 앞에 앉아 계셨습니다.  잠시 후 SBS 아침프로 <좋은 아침>에서 첼리스트 장한나에 대한 특집프로를 방영했습니다.  신문에서 가끔 소식을 접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TV로 보니 더욱 새로웠습니다.  장한나의 일생을 보여주면서 첼로를 하게 된 동기, 배우면서 어려웠던 점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 같은 것들이 나열되는 프로였습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11살의 나이에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를 만나게 된 사연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첼로보다 작은 몸을 끌고 나타났을 때 로스트로포비치가 첫 눈에 반해 번쩍 들어 안았었다고 해서 웃음이 났습니다.  그리고 로스트로포비치, 요요마와 더불어 세계 3대 첼리스트로 꼽히는 그녀의 스승 미샤 마이스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런 훌륭한 스승을 두었기에 지금의 장한나가 있게 되었겠지요.

어릴 때부터 첼로가 너무 재미있었다는 그녀는 소수의 사람들이 어느 단계에 다다르면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서 다 배우고 난 후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게 되었을 때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세계를 정립해야 하는 치열하고 외로운 싸움과 그 시험을 거친 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냈어야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장한나의 어머니는 딸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돌보았으며 그녀는 고달픈 여행길에서도 어머니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집이라는 말에 힘든 여정에도 어머니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회자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들이 무엇에 특기가 있는지 어떻게 알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장한나 어머니의 멘트가 신선했습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입니다.  자기들끼리 아무리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고 떠들어 댄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엄마의 눈은 엄마 수준이고 일반인들의 눈은 일반 수준입니다.  고수가 되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고수를 알아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극성스런 한국 엄마들의 실태를 꼬집는 듯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에 만족하지 않고 마에스트라로 변신한 장한나에게 진지한 음악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자인 나로써 이렇게 젊고 유능한 여성 지휘자가 태어났다는 것이 마냥 자랑스러웠습니다.   지금도 내겐 어린 장한나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렇듯 장성해서 지금은 관현악단을 지휘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나타나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30세 미만 연주자 80여명을 훈련시켜 관현악 대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을 위하여 땀에 흠뻑 젖어 공연 준비를 하는 마에스트라 장한나의 모습은 무척 박력이 넘쳤습니다.   사회자가 어떤 지휘자가 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음악가는 음악을 섬겨야 한다’며 지휘자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겸손하게 연주자들을 섬겨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딸이 유명하게 되는 것보다 평범하게 살길 원하는 마음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항상 빽빽한 연주 일정으로 바쁘게 사는 딸이 안스러울 것입니다.  그런 부모의 가르침을 받아서인지 전혀 과장되거나 교만함이 없는 장한나 특유의 친근함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 좋은 프로그램을 보고 나니 한국 TV를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를 위해서라도 3달이 아니라 계속 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윤명희
2011-08-22

541 total views, 1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