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동안 추위를 피해
집 안에서 곱게 자라던
나의 오렌지나무
아침이면 부드럽게 비치는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마음껏
팔을 뻗치며 잎을 반짝였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깊어지자 가지마다
예쁜 오렌지 꽃망울들을 터뜨렸습니다.
그 많던 오렌지가 크기도 전에
하나도 남김없이 다 떨어졌을 때
나의 오렌지나무는
따뜻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바뀐 환경 탓이었는지
한 동안 몸살을 앓 듯 온 몸을 떨며
몸에 붙은 잎사귀들을 하나 둘
굵은 눈물방울처럼 떨어뜨렸습니다.
그 많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 후
가지마다 신비로운 생명들이
묵은 잎새들을 헤치고 솟아났습니다.
그렇군요.
이 세상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란
하나도 없습니다.
온갖 새들이 분주히 제 집을 짓고
품었던 알들이 껍질을 깨고 나와
귀여운 얼굴로 입을 크게 벌립니다.
어미새가 이미
둥우리를 떠난 새끼새들에게
여전히 먹이를 찾아 먹일 즈음
나의 오렌지나무는 서럽도록
꽃망울들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솟아 난 작은 꽃망울들
열흘 내내
아침에 눈을 뜨면
밖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서성거리게 했는지요.
매일 오렌지 꽃망울 만큼씩
나의 마음도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러길
딱 열 하루 되는 날
그렇게 기다렸던 꽃망울들이
하나 둘 피기 시작했습니다.
새벽부터 유난히
붉은 카디날이 어여삐 노래하더니
나의 오렌지나무에 꽃이 피려고 그랬나 봅니다.
나는 오래도록 오렌지 향기에 흠뻑 취해
또 다시
황홀함에 넋을 잃을 것입니다.
2011/06/07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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