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나무 곁에서 14 – 새순

겨우 내내 집안에 갖혀지내던 오렌지나무가
밖으로 나오자 조금 시들거립니다.
바깥 공기와 몹시 불어대는 봄바람에
잎사귀들이 상처를 입기도 해서
오렌지나무는 한 동안 몸살을 앓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힘을 얻어
새로운 잎들이 나와 제법
가지가 무성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 가만히 들여다보니
무성한 잎들 사이로 가녀린 새순이
무수히 나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끝엔 앙징맞은 꽃망울까지 달고서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오렌지나무의 잎사귀들을 쳐주려고
정원용 가위로 오래된 잎들을
거의 다 잘라주었습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새순들이 더욱 싱싱한 팔 뻗고 있네요.

이제 멀지않아 오렌지꽃이
아름답게 피어오를 것입니다.
나는 또 그 옆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따라
흩날리는 오렌지 향기에 취해
행복한 6월을 보낼 것입니다. 

2011/05/26
윤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