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사각…
지금도 책상에 앉아 손에 꼭쥔채
열심히 영어 성경 쓰시는 엄마의 연필소리…
혹 성경을 읽지 못하는 세월이 온다면
몇 자라도 더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며
미국 오시기 전까지 열심히 외우셨지요.
4년간 전국 성경암송대회에 나가 해마다 우승하시고
마지막 해에는 특상까지 받으시고 이곳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오신 후 몇 년은 너무 답답해하셨습니다.
한국에선 느낄 수 없었던 언어 장벽이 너무 높았지요.
손주들과 영어로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하고 싶어 하셔셨는데…
영어사전, 영어회화 책 그리고 영어 테이프도 많이 사다드렸지요.
그렇지만 그것도 쉬운 것은 아닌 듯 했습니다. 그래서
성경 암송을 하시는 대신 영어 성경을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구약과 신약을 깨알 같이 모두 다 공책에 쓰셨지요.
그래도 아직 회화는 어림도 없다고 하시더군요.
요즘엔 또 다시 야고보서와 요한복음을 쓰셨어요.
그리고 지금은 요한계시록을 쓰고 계십니다.
특히 암송 대회를 위해 외우셨던 요한계시록을
영어로 쓰시면서 한국말로 즉석 번역하며
즐거워하시는 나지막한 음성이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와 함께 정겹게 들려옵니다.
다른 노인 분들은 사는게 너무 단조롭고 심심하다고 하시는데
저의 엄마는 세상에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심심할 새가 어디 있느냐며 하루가 너무 짧다고 하십니다.
이번 주말은 어머니날입니다.
이제 88 세이신엄마.
엄마의 말없는 희생으로
저희 가정이 평화로웠고
손주들도 아름답게 잘 자라
성인들이 다 되었어요..
영어 성경 더 많이 쓰시고
증손들과 영어 대화 많이많이 하시고
건강하게 120세가 지나도록 오래오래 사세요.
2011/05/04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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