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아이폰 4를 잃어버린 후
몇 주쯤 참고 지내리라 생각했습니다..
예전엔 핸드폰 없이도 잘 살았는데
그까짓 것 없어도 얼마든지 지낸다고 말입니다.
외출시엔 엄마의 작은 핸드폰으로 기본적인 통화는 할 수 있어
아이폰 없이도 견딜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마침 고난주간이라 한 주 동안만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해 보리라 다짐하고
하루도 빠지면 궁금했던 소셜네트워크도 걸어 잠그고,
주위의 부산스럽던 것도 되도록 멀리하고,
침묵과 독서 그리고 자연 속에서 호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며칠 지나니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내게 전화하진 않았나. 누가 내게 메세지를 남기진 않았을까.
내 번호에 대한 미련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딱 일 주일만에 AT&T 지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새 것을 구입하려면 700불이라고 합니다.
9월에 재계약할 수 있는 것을 앞당겨 갱신했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벌금과 전화값을 합치면 거의 맞먹는 금액이라
그것도 쉽진 않았고 다른 방법이 없나 물어보았습니다. 직원은
사용했던 갖가지 핸드폰들이 가득한 상자를 보여주었습니다.
내 것을 훔친 남자의 어두운 두 눈동자가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쓰던 아이폰 4를 원한다면 450불이라고 했습니다.
아이폰 5가 곧 나올 것이란 소문도 있어서
9월에 계약갱신할 때면 새 모델을 살 수 있을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이폰 4보다 조금 오래된 아이폰 3GX를 200불에 샀습니다.
없는 것보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한 시름 놓았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속도나 화상도도 떨어지고
없어진 기능들도 많아 속이 편치 않았습니다.
사람이 오를 때는 기쁘고 즐겁지만,
내려갈 때는 불쾌하고 짜증스러워집니다.
가지고 있던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런 아주 작은 것도 내려놓지 못하면서, 입으로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며 떠들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언제 “내가 부요에 처할 줄도 알고, 비천에 처할 줄도 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될런지 아직도 멀고 먼 길이기만 합니다.
2011/04/28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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