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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가 늘 다니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금 심각한 내용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옆 자리에 인상이 별로 좋지 않은 한 남자가
자꾸 힐끔거려 좀 이상했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몇 시간 후에 일어났습니다.
내 아이폰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옆의 커피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것입니다.
내 앞에 앉아 공부하던 예쁘장한 두 여대생들도
아무도 온 사람이 없었고 우리도 계속 앉아있었는데 하며
자신의 핸드폰으로 내 번호를 계속 눌러주었습니다.
있을 리가 없지요.  계속 힐끔거리던
그 기분나쁘게 생긴 남자의 소행이 분명했습니다.

이미 배는 떠났는 데 어디서 찾겠습니까.
물론 스타벅스에도 보고하고
경찰서에 전화로 신고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군요.

얼마나 기분 나쁜지 이틀 꼼짝도 하기 싫더라구요.
날씨마저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해서 더욱 그랬지요.
안 되겠다 싶어 어제 아들네미 직장에서 입을 옷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갔다가 아는 사람도 만났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야 내 귀에 귀걸이가
한 쪽밖에 없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더니 이젠 귀걸이까지…
그 것은 두툼하게 만들어진 안틱귀걸이여서
쉽게 떨어질만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나중에서야 생각났습니다.  집떠날 때
한 쪽만 하고 하나는 문 근처에 놓아두었던 것을…
얼른 내려가 보니 그곳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오늘은 엄마 치과에 모시고 가는 날.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가 깜빡했습니다.
보통 하루 전 치과에서
다음 날 예약된 것을 미리 전화로 확인해 주었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려 그마저 연락을 못받은 것이지요.

이런 사소한 일로 마음이 많이 상했던가 봅니다.
작은 일로 내 마음이 이렇듯 흔들렸던가 봅니다.
어서 빨리 잊어야겠습니다.
시원하게 등뒤로 날려보내야겠습니다.
내 영혼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무엇인가 생각하고
나의 마음을 지켜야겠습니다.
2011/04/21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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