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년부터 취임한 서남표 총장은 과학 수재들이 모여있는 유명한 카이스트KAIST를 미국의 MIT와 맞먹는 한국 최초의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으로 일으키려고 획기적 변화를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교수들도 테뉴어 심사로 계속 연구하지 않으면 배겨낼 수 없게 하였고 학생들도 징벌적 수업료 징수와 전 과목 100% 영어강의,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한국의 고질적 병폐를 잘라내려고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카이스트 학생 4명이 자살하고 연이어 교수가지 자살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면서 서남표 총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부류도 적지 않은 듯 합니다.  만약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아무도 그 대학 총장의 잘못으로 몰고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나의 세 자녀들을 미국에서 하바드, 예일 그리고 콜럼비아 대학에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교육제도는 보고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주입식 암기 위주로 점수에 목숨걸다시피 하는 한국학생들과는 달리 미국에선 토론 중심으로 자신의 창의력과 잠재력 개발에 중점을 둡니다.  이런  미국 학생들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의 질문은 한 마디로 “Tell me what you think?” 입니다.  카피가 아닌 오리지널을 원하는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예능, 스포츠, 자원봉사 등 전반적인 인격향상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한 국은 어떻습니까.  대학입학은 어려워도 일단 들어가면 자동으로 떠밀리 듯 누구나 졸업할 수 있습니다.  철밥통들이라 누렇게 바랜 노트를 들고 들어와서 선배들에게 가르쳤던 그대로 읽는 교수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들어갈 땐 쉬워도 졸업은 적당히가 없습니다.  나의 자녀들은 보통 저녁부터 해가 뜰 때까지 입다물고 공부할 때가 많아 어금니들이 상해서 모두 신경치료를 해야 만 했습니다.  입안에서 단내가 나도록 공부해야 졸업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나의 자녀들도 공부를 하다가 머리가 핑돌아버릴 것 같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휴가 때 집에 와선 엄청 밀려오는 중압감으로 엉엉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일이 등을 하던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이비리그 대학입니다.  입학통지 받았다고 뛸 듯 기뻤던 감정은 금새 벽에 부딪치게 됩니다.  모두 첫째만 하던 학생들만 모인 곳에서의 경쟁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모 든 사람들이 공부를 다 잘하겠습니까.   각자 잘하는 것들이 따로 있습니다.  부모가 등떠밀어 또는 간판이 중요하여 적성에 맞지 않는 명문대학에 간다면 그 엄청난 학업분량은 도저히 따라잡기 힘들 것입니다.  적당히 이름 걸치고 졸업장 받으려고 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목숨걸고 공부할 각오가 없으면 아예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더 나을 것입니다. 

나는 한 번도 공부하라는 말을 자녀들에게 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들이 일하는 것보다 공부가 더 쉽다고 했고 대학진학 때도 자신들이 알아서 입학원서를 보내서 많은 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아 자신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갔을 뿐입니다.  한 가지 예외가 있긴 합니다.  첫째 딸이 스탠포드 대학에 가길 원했는데 하바드 대학을 권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같이 마이너리티들은 학교의 긴 전통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엔 아름다운 날씨에 반해서 스탠포드에 가길 원했는 데 나중에 고백하더라구여.  하바드 대학에 들어간 게 잘한 일인 것 같다구요. 

아이비리그 대학의 최상목표는 최고의 지도자 양성입니다.  각자 처해진 분야에서 자신의 학교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그 사회를 이끌어가길 원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끊임없는 독서, 토론, 연구를 통해 전인격적인 지도자를 양성하길 원합니다.

정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어서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게 더 나은 행복으로의 지름길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에 카이스트의 서남표 총장과 같은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습니다.

2011/04/10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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