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엄마의 입에서 남의 험담하시는 것을 본 적도 없고, 아무리 힘들더라도 불평하시는 것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저 그 무섭던 전쟁통에도 살아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말 뿐이셨습니다.
엄 마의 인생은 말 그대로 전쟁과 환난, 외로움과 고독함, 절망과 좌절의 연속이었지만 항상 하나님을 의지하셨고 비록 넘어졌을지라도 뒤를 돌아보며 남의 탓하지 않으시고 오로지 달려가야 할 길을 바라보고 의연히 털고 일어서시는 분이셨습니다.
음력으로 1923년 1월 29일에 태어나신 엄마는 환갑 때 양력으로 3월 1일이었기에 그 날을 생신으로 정했습니다. 바로 오늘이 그 날이니 엄마의 88세가 되신 날입니다.
예 수님의 생일이라면 몰라도 내 생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크게 잔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그저 밥 한 그릇이면 족한데 잔치한다고 큰 돈을 써가며 하지 말고 그럴 돈이 있으면 선교비로 보내달라고 간청하셔서 별로 큰 잔치를 베풀어드린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각 사람들의 생김새가 다르 듯 각 사람들의 생각도 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의견을 존중해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여 엄마의 의견을 따르고 있지만 그래도 미안하고 섭섭한 마음이 한 구석에 있습니다.
올해는 지난 토요일 둘째 딸 집에 모여 조촐한 음식을 나누며 딸들이 준비한 선물과 카드를 받으시고 아주 기뻐하셨습니다. 막내 아들은 덴버에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끼니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한데 북한이나 아프리카처럼 가난한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먹을 것도 없어 굶지 죽지 않느냐며 우리가 아낄 수 있는 한 최대한 아껴서 그들과 나누어야 한다며 돈을 내놓으셨습니다.
“내가 이제 살면 얼마나 살겠니. 곧 얼마 있으면 하나님 앞에 설텐데 이 세상 떠나기 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야하지 않겠니.”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뭉클해진 마음으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엄마, 사랑하는 나의 엄마, 오래 사세요.”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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