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새 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언제 샀느냐고 물어보아 친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길게 설명해주지만 너무 장황해지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에 속한다기도 하여 될수록 침묵하는 게 좋을 때가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거나, 헤어졌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 앞에서 듣거나 말거나 자신의 남편 자랑을 길게 늘어놓는 것도 거북스럽지만, 듣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자식 자랑을 길게 늘어놓는 것도 결코 상대를 배려해주는 게 아닐 것입니다.

둘째 딸은 내게 차를 선물하자고 제의했던 사람은 자신의 남편이라고 하여 둘째 사위에게 “내게 차를 선물하라고 한 것은 사위의 아이디어라고 하니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니예요, 그건 내가 아니라 한나의 아이디어예요”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틀 후 큰 딸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둘째 사위가 아내에게 엄마는 좋지 않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당신은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공평하지 않으니 당신이 타는 차와 같은 것을 사주어야 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큰 딸은 그러면서 동생보다 동생의 남편이 더 적극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맨해튼에 있는 병원에서 급한 일로 부르면 부부가 밤이라도 가야하고 항상 짧지 않은 거리를 운전해서 차가 든든해야 하고 차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 보통 2,3년 되면 새 차로 바꿉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단에서 4륜 구동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잘됐구나 하고 둘째 딸은 나와 똑같은 것으로 몇 달 후에 구입하겠다고 합니다.

자 신을 낮추고 아내에게 공을 돌리는 둘째 사위가 얼마나 더욱 사랑스럽던지요.  물론 첫째 사위도 자랑할 것이 많지만 말입니다.  사려 깊고 이해성이 많아 업무상 경직되기 쉬운 첫 딸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주고 무슨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어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요즈음 어느 한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새 차를 받은 것에 대한 화제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던 터라 자세히 설명하면서 둘째 사위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 자식 자랑은 그렇지만, 사위나 며느리 자랑은 참 듣기 좋은 이야기라 자주해도 좋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사위나 며느리 자랑은 무죄인가 봅니다.  사위가 둘이나 있으니 앞으로  맘껏 자랑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막내 아들이 결혼하면 며느리 자랑도 많이 해야겠습니다.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요.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2010/12/22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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