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새 이메일이 온 것도 제대로 읽지 못해 보낸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지난 토요일은 둘째 네 두 딸들의 3번 째 생일잔치 준비로 바쁜 딸 대신 도와주느라 조금 바뻤고, 오늘 토요일은 첫째 딸이 첫돌 잔치로 더 분주했기 때문입니다.그 일 뿐만 아니라 조금 뜻밖의 일도 있었습니다. 둘째 딸이 생일잔치에 참석하느라 롱아일랜드로 오면서 엄마에게 들르겠다고 해서 나도 준비하느라 바쁜데 왜 오는가 하고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그러나 온다고 하니 기다리면서 파티 장소에 음식이 먼저 배달될까봐 약간 걱정되기도 했습니다.예쁜 두 손녀들이 깡충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왔고 사위와 딸이 나란히 서서 내 손에 무언가 쥐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사위가 장모에게 사드리라고 했다며 딸이 건네주는데 손을 펴보니 새 벤츠차의 열쇠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제 픽업해서 뭐 그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겠다 싶어 가는 길에 둘이 따로 운전하고 와서 내게 쥐어 준다는 것입니다.
딸은 밖에 무엇이 있나 보라며 나를 창가로 데려갔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내가 원했던 근사하게 생긴 2011년 형 4륜 구동 하얀 벤츠가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딸은 나를 꽉 껴안으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더니 “사랑해~ 엄마 I love you, mom”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갑자기 좋은 선물을 받고보니 얼떨떨해졌습니다. 나도 꼭 껴안으며 “나도 사랑해 I love you too.”했습니다. 엄마도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시며 내가 딸이 둘 만이 아니라 셋이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조금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이젠 딸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더 냉큼 가야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 내년 1월 중순부터 엠마와 이자벨이 3살 부터 가는 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그래서 운전 때문에 새로운 내니를 찾으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고 정이 들어 그대로 있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니가 다시 운전면허를 받더라도 처음 한두 주는 약간 불안해 내가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항상 타고 다니던 오래 된 토요타는 새 벤츠보다야 작지만 아무데나 파킹해도 눈에 안 띄고 걱정스럽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새 차를 타고 다니면 좀 자유스럽지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 더 줄이며 살자던 나의 생활신조에도 어울리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를 생각해준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입니다. 하나님께 다시금 감사를 드렸습니다. 딸은 새 차를 운전해서 가라고 했지만 항상 타고다니던 헌 차를 끌고 파티장소를 향해 속도를 내고 갔습니다. 마침 주문한 음식이 도착되지 않았고 다른 모든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첫째가 멤버쉽이 있는 골프클럽의 식당을 빌렸기 때문에 직원들이 예쁘게 준비했던 것입니다. 첫돌을 맞은 에이다가 조금 감기기운이 있었음에도 잘 견뎌주어 파티는 무사히 마치게 되었습니다. 앞에 펼쳐놓은 것 중 돈을 제일 먼저 집더니 다음엔 골프공을 집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에이다에게 골프를 가르치겠다며 벌써 부터 딸 부부가 벼르고 있는 중인데 말입니다. 오신 손님들께 작은 용기에 떡을 담아 답례로 드렸고 남은 음식들도 직원들이 잘 포장해주어 교인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받을 자격이 없는 데 이런 축복을 받음에 다시 한번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주로 며칠 출장 갔다가 뒤늦게 돌잔치에 참석한 남편은 둘째가 엄마에게 새 벤츠를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약간 볼멘 음성으로 “엄마는 항상 벤츠를 타고 다녔는데 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차보험이 비싸다는 이유로 언제나 중고 벤츠를 권해서 새 벤츠는 처음입니다. 차보험은 물론 새 EZ Pass(자동 톨게이트 지불 패스)도 넣어주었고 몇 달 전 딸이 사준 아이폰도 차에 입력시켜 주었습니다. 요즈음 장사가 잘 안된다는 어떤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하루종일 사진 찍고 에이다 좀 돌봐주느라 피곤하지만 아직 따끈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짙게 타서 마신 후 곧바로 차를 몰고 나갔습니다. 9시에 문을 닫는 줄 알고 부랴부랴 갔더니 연말 기간에는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연다며 직원들이 오전 오후 번갈아가며 일해도 너무 피곤한데 매상은 예년보다 더 나아진 것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 신앙심도 돈독한 그들에게 장사가 잘되어 좋은 일도 많이 하게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속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인데 너무 힘들지 않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모두모두 좋은 연말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그대의 영혼이 평안함과 같이, 그대에게 모든 일이 잘 되고, 그대가 건강하기를 빕니다.”(요한 3서 1:2) 그러나 혹시 영혼은 평안하지도 않으면서 모든 일만 잘되는 것은 아닌지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믿음의 재점검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2010/12/18
윤명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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