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자기 밤 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지던 지난 주 미처 집안으로 옮기지 못한 나의 오렌지나무는 그만 연한 싹들이 나오다 몇 가지는 끝이 얼어버려 날씨가 조금 풀린 후에도 퍼렇게 오그라져 있습니다.  오늘 일기예보에 밤 온도가 영하로 다시 내려간다는 것을 보고 얼른 오렌지나무를 집안에 들여다 놓았습니다.

여름 내내 죽었던 가지들이 살아나느라 열매도 못맺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가지들이 나온 후 벌써 그 끝에서 두 번이나 새 가지들이 나와 이젠 제법 풍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교 회에 아주 이야기를 재치있고 재미있게 하시는 어느 여 권사님이 계십니다.  흰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예쁘게 한 줄로 땋아 내리고 나이를 잊고 사는 듯 항상 웃음을 선사하시는 분입니다.  몇 주전 예배를 마치고 교회 친교실에서 그 분과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밝고 명랑하기만 하신 권사님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나를 따라오지 못해요.  왜 그런 줄 아세요?  이(李)씨나 박(朴)씨는 기껏해야 나무가 하나인데 나는 나무 둘인 임(林)씨이니 어떻게 나를 따라올 수 있어요?  어림도 없지요.”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나무 이야기는 구약성경 첫 부분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생명나무와 그 한가운데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일 것입니다.

구 약의 창세기에는 타락하기 전 생명나무의 실과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는데 간교한 뱀 곧 사탄이 이브를 꾀어 선악나무의 열매를 먹게 하고 아담도 같이 먹게 하여 하나님을 대적하는 지식에 눈이 열리게 함으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가 단절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멀어진 인간들은 짐승과 같은 사람이 되어 세상으로 쫓아 온 육체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세상 살림에 대한 자랑을 하며 악하고 추하고 더럽게 살게되어 하나님의 진노와 재앙 가운데 놓이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타락 후 생명나무에서 선악나무로 옮기게 되면서 채식만 아니라 육식도 허락되었습니다.  타락 후에 죄가 들어와서 미움, 경쟁, 혈기부림, 화냄, 살인, 죽음 같은 것들이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최초로 먹는 것을 통해 죄를 범하게 되었고 어린 양 예수께서 자신의 피와 살을 먹게 하심으로 원죄를 씻게 하셨다는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입니다.

만 약 인간이 선악과를 먹은 후 생명과도 먹었다면 영원히 사탄의 종이 되었을 뻔했습니다.  진자는 이긴자의 종이 된다고 하셨듯이 범죄함으로 영원히 사탄의 노예가 되어 돌이킬 수도 없게 될 뻔했던 것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쫓아내심은 하나님의 사랑이셨습니다.

한문에서 의롭다할 때 쓰는 의(義옳을 의)는 나 위에 양이(羊양양  我나아) 올라 앉은 모양입니다.  의로운 분은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 한 분이시지만 세상에서의 의(義)를 말할 때도 이렇듯 놀라운 복음이 숨겨져 있읍니다.  나 위에 순하디 순한 양을 머리에 일때 의롭다는 말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사납고 으르렁거리는 호랑이나 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선악나무의 실과를 먹은 결과 남의 잘못을 냉혹하게 따지며, 선과 악을 구별하길 좋아하고, 사납고, 무정하고, 난폭하며, 자기연민, 자기의를 드러내길 좋아하고, 비난과 비방을 일삼고, 뽐내며, 교만하여 스스로 높아지고, 사람들이 알아 주길 바라며, 남을 조종하려 듭니다.  이것이 세상에 속한 사람입니다.

양으로 오신 예수님을 귀하게 여기는 하늘에 속한 사람은 겸손하고 회개하는 사람, 말씀을 지키고 행하는 사람, 남을 불쌍히 여기는 사람, 온유하고 인내하는 사람, 자신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사람, 섬기는 사람입니다.  이것은 나 자신에게 제일 먼저 적용해야 하는 말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시여.
선악나무가 되지 말게 하시고
사람을 세우고 살리는 생명나무가 되게 하소서.

2010/12/05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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