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 음식에 필요한 것을 사려고 집 근처 한국 식품점에 들러 한국 과일이랑 맛깔스럽게 진열된 밑반찬들을 보며 기웃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시간이 근처 몇 개의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때라 집으로 가기 전 한국 식품을 구입하려고 많은 한인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주말엔 특히사람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과일도 잘게 잘라 이쑤시게를 꼿아놓기도 하고 특별 가격을 붙인 음식들을 조리하면서 작은 용기에 담아 시식할 수 있게 진열해 놓기도 합니다.  이것 저것 먹어보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카트 안에 담으면서 세일품목들을 사기도 합니다.

보통 서양 식품점에서는 구입하기 힘든 크고 먹음직하게 단 물 오른 한국 배가 인기가 있어서 서로 좋은 상자들을 고르느라 분주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장노님, 집사님, 권사님하며 서로  믿음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까지는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여러 상자들을 열어본 후 그 중 작은 것들은 뻬고 제일 크고 좋은 것들만 골라 원하는 박스에 가득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큰 것만 가진다면 다른 사람들은 작은 것만 가져가야 한다는 말인데 아주 썪지만 않았다면 그대로 집어야지 믿는다고 하면서 그러면 어떻하겠습니까.  그것도 주일 예배를 막 마치고 나왔으면서 말입니다.

나도 그런 유혹을 받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얼마 전 대형 쇼핑몰에 갔다가 양철 뚜껑이 달린 유리 병을 두 개 샀더랬습니다.  하나는  다른 것보다 더 큰 것이었습니다.  많이 진열되어 있어 가격이 조금 혼돈될 수 있었지만 작은 병은 2.99불이었고 확실하진 않지만 큰 병은 아마 4.99불이었던 것 같습니다.

계산대에 가져 갔더니 점원이 작은 병을 먼저 스캔해서 2.99불로 찍었는 데 큰 병의 바코드는 없어서 가격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점원은 이것이 2.99불인 것 같은데 가격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4.99불일 것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2.99불인 것 같아 그냥 찍겠다고 하는 것을 다시 4.99불이었던 것 같다고 했더니 4.99불로 찍는 것이었습니다.

그 것을 가지고 나오는 데 속에서 “아휴, 이 바보야.  그 점원이 2.99불이라고 할 때 아무 이야기하지 말지  왜 4.99불이라고 했냐?.”라는 속삭임이 들렸습니다.  “그래, 가만히 있으면 2불을 안 내도 되는 데…” 잠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내 속에는 누가 보든지 안보든지 항상 정직해야 한다는 선과 세상 사람들도 다 그러는 데 어떠냐는 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입니다.

벌써 오후 2시가 넘어 근처에 있는 보스턴 치킨 집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하려고 들어 갔습니다.  사람들이 여전히 많아 계산대에 길게 늘어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6.99불로 닭 다리 한 개에 채소 두 가지 들은 메뉴와 음료수 한 컵을 주문하고 계산대로 갔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계산한 후 내 차례가 와서 계산하려는 데 계산대 위에 신문에서 찢었는 지 구겨진 2불짜리 보스턴 치킨 쿠폰이 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앞에 서서 막 계산을 마치려는 여자에게 “당신 것이요 Is this yours?”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젖는 것이었습니다.  떡본 김에 잔치한다고 엄마에게 드릴 겸 7.99불 하는 통닭 한 마리를 잘 구운 놈으로 따로 싸달라고 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 쿠폰을 잘 사용했습니다.
속으로 “하나님, 정말 정확하시군요.”라고 고백했습니다.

인생이란 그렇게 날마다 영원을 만들어 가는 것인가 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우리의 선택에 의해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0/10/31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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