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내니로 일했던 두 젊은 여자들이 합작하여2002년에 내어놓은 책 <내니의 일기 Nanny Diaries>가 한참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후 2007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맨해튼 상류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한동안 떠들석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두 사람이 <내니가 돌아오다 Nanny Returns>라는 책을 냈는데 반응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원 래 첫번 째 책이 성공했다면 그 다음 책은 더 잘써야 한다는 기대감에 중압감은 더욱 클 것입니다. 독자들을 의식하는 부담감으로 두번 째 책은 그보다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어떤 반응을 기대하지 않고 단지 견딜 수 없어 순전한 마음으로 썼을 때만큼 독자들을 감동시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회에서는 보여지고 싶은 겉모습만 보일 수 있지만 같이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알려지길 원치않은 사소한 일부터 비밀스런 사생활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비 씨터나 가정부를 둘 때 미국에선 전에 있던 집의 추천서를 강력히 원합니다.
큰 딸이 내니들을 인터뷰할 때 옆에 함께 있어주길 원해서 며칠 같이 있었습니다. 건강과 성격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았고 그 다음이 경력인 것 같았습니다. 지금 에이다를 돌보고 있는 내니는 경력도 풍부하고 자신의 아이들도 잘 키우는 단란한 가정의 40대 후반인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여서 딸이 마음놓고 맡길 수 있어 고맙다고 합니다.
내니들도 네트워크가 잘되어 있어서 서로 많은 정보들을 교환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아기들을 공원에 데리고 나가 그곳에서 동병상련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됩니다. 주인들의 사생활이며 아이들의 이야기며 또한 자신들의 애환을 나누며 어느 집에서 내니를 원하는지 그들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서로 알려주고 연락처를 남기는 만남의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큰 딸 내니로부터 그들을 통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남부 맨해튼(Lower Manhattan)에는 많은 유대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특히 정통파 유대인들(Orthodox Jews)이 살고 있는 데 그들은 나라에서 저소득층들에게 주는 보조금(Government Welfare)으로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 래서 수퍼마켓에 가면 긴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길게 늘어서서 정부에서 주는 식품보조금 카드(Food Stamp)로 식료품값을 지불하려고 기다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남편들은 하루종일 유대경전을 연구하느라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신경도 쓰지 않는데 일찍 결혼한 여자들은 많은 아이들을 낳아 사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고 합니다.
나의 옆집에도 유대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라 집도 아름다웠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체를 가지고 있어 여유있는 집이었습니다. 큰 딸은 나의 큰 딸과 같은 학년이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얼마 안있다가 결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딸에게 물어보니 어떤 유대인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딸을 결혼시킨다고 해서 그러면 어떻하냐고 걱정했더니 그 애가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애낳고 살림하면 되는데 구태여 공부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학교에서도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다 행히 그렇게 부자 유대인 남편을 얻으면 걱정없겠지만 유대 랍비(Labbi)와 결혼하는 여자들은 땅이 꺼질 듯 한숨쉬며 지겨워한다고 합니다. 길고 어두운 색의 옷을 입는 것도 싫고 자식을 많이 낳는 것도 싫고 집에서 아이들만 키우는 것도 싫고 정부 보조금으로 사는 것도 싫다고 합니다. 왜 유대교를 고수해야 하는지조차 반감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지요. 남자들이야 종교적 열심으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여자들은 생활을 해야하는 데 없는 살림에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큰 딸 내니가 전에 있던 집은 정통파 유대가정이었지만 다행히 여자가 공부를 해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어 내니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정통파 유대교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했으며 그녀의 친구들이 너무 불행한 생활을 하고있다고 자주 불평했다고 합니다. 그녀 자신도 집에서 긴치마 속에 바지를 입고 밖에 나오면 바로 갈아입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펜실베니아에 있는 크리스챤 아미쉬(Amish)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들도 검소한 복장에 단순한 삶을 살며 현대문명 이기들의 사용을 자제하고 노동을 귀하게 여겨 자급자족하는 옛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정통파 유대인들과 약간 비슷한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미쉬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습니다.
그녀도 글을 쓴다면 <내니의 일기> 못지않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2010/10/07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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