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사람이 내게 뜬금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앞으로 살아 갈 나의 계획은 어떤 것이냐고요.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라 잠간 망설였지만
마음 속의 솔찍한 대답은
내일 일도 모르는 데 장래 계획이라니요.

그러나 질문한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의미에서라도
일단 대답을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질문자를 쳐다보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무언의 소리로 답했습니다.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삽니다.
우리가 계획을 세워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요.’

질문자는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말았는지
어떻게 사람이 계획도 없이 살 수 있느냐며
오만한 음성으로 힐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그렇게 질문하는 분은 장래의 계획이 있나요?”

“그럼, 확실하게 있구 말구요.
너무 할 일이 많아 다 설명하기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계획없이 산다는 건 삼류인생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그럼 일류인생이겠군요.”

그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큰소리로 그렇다고 했습니다.
순간 불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의 무례함과 교만함에 온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나.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그런 소릴 함부로 할 수 있을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떠올랐습니다.

나는 매우 화가 나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자던지
조용한 곳에 물러가 따끈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습니다.
그러면 한결 가벼워집니다.
말할 가치조차 없는 사람에겐 침묵이 금이지요.

몇 주가 지나도 심기가 불편해
씩씩거리며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조용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얘야,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니?”

삼류인생이 아니라 오류투성이의
오류인생이라고 하면 어떻습니까.
아직도 멀고 먼 길을 가야할 것 같습니다.

2010/09/10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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