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뜨겁게 작열하던 태양도
당신의 시간에 움찔했는가 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예전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계절의 잔재가 아쉬움을 토하며
여름의 끝자락에 걸터 앉아
마지막 열기를 뿜어대고 있습니다.
올해엔
저의 오렌지나무는
잎만 무성한 채
아무 열매도 맺지 못했습니다.
현재는
과거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의 나무는 잎사귀가 다 떨어져
이리저리 방황하다 가까스로 소생했습니다.
하나님
이 오렌지나무를 통해
제게 던지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혹시
벌거벋은 줄도 모르고 교만하진 않았는지요.
나무는
좋은 토질에
뿌리만 완전히 죽지 않았다면
소망이 있는 줄 압니다.
지금은
한 여름 내내 빨아들인 영양으로
죽었던 가지에 싹이 돋고
또 그 가지에 새로운 가지가 뻗어나왔습니다.
하나님
이걸 깨닫게 하시렵니까.
비록 약해 쓰러질지라도
당신만 쳐다보길 원하신다는 것을요.
저를 새롭게 하소서.
열두 해 혈루증 앓던 여인처럼 감히
떨리는 손 끝으로 당신의 겉옷 가를 만집니다.
돌아보사 더럽다 마시고 불쌍히 여기소서.
2010/08/31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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