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멕시코 칸쿤에 다녀왔습니다.
건강상태가 좋지않았던 남편이 몹시 고통스러워 하다가 절대 병원에 갇힐 수 없다며,
입원하는 것보다 차라리 칸쿤에 가는 것이 낫겠다고 해서였습니다.
허리케인 시즌이고 습기찬 무더운 계절이라,
인터넷에 마침 저렴한 페키지가 올라와 있어 곧 예약했지요.
남편은 그저 호텔 바닷가에서 쉬고 싶다고 했는데
전 유적들이나 아름다운 섬들을 되도록 많이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멕시코 하면 말도 못할 여행경험이 있지요.
내가 미국 온지 2년도 넘던 해, 그러니까 1979년 여름이던가 남편이 공부했던 택사스를
방문하게 되어 같이 운전하면서 미국 중부를 뚫고 내려가서 그의 교수들과 친구들을
만난 후 멕시코로 갔었는데 국경을 넘자마자 두 나라 국력차이를 피부로 뚜렸하게
느낄 수 있어 매우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멕시코 여행중 총맞아 죽을 뻔했던 일도 있었고요.
생전 처음 시골집 마당을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돼지들을 보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의 고정관념이라는 게 뭔지요.
그렇게 방목한 돼지라 비게가 많지 않아 더 맛있다고 합니다.
험한 첩첩 산중 절벽 아래 벌러덩 나가떨어진 대형유조차라던지,
그렇게 자원이 풍부하면서도 가난에 찌든 다 허물어져 가는 판자집 사람들,
그리고 물을 얻기위해 헐벗은 어린아이들이 학교갈 시간에
양동이를 들고 먼 길을 맨발로 마른 언덕을 넘는 것도 많이 눈에 띄었고요.
며칠 후 복잡한 맥시코시티에 도착했더니
부잣집 앞뜰 잔디에 물이 마냥 뿜어져나와 너무 대조적이더라구요.
멕시코 대통령 관저 주변엔 중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
그 앞에서 사진찰영조차 금지당해 정치적으로 불안한 느낌을 가졌었습니다.
중미로 내려가려다가 혼두라스가 정치테러로
여행금지가 되서 이래저래 멕시코 끝에 갔다가
미국 뉴올린즈, 플로리다를 거쳐 동부 바닷가를 흝으며
섬들을 돌아보면서 다시 뉴욕에 돌아왔었지요.
정말 그땐 젊어서 무서운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아마 한 달도 넘게 여행했던 것 같습니다.
직접 운전하고 구석구석 다 들여다보고
동네 사람들 만나고 같이 먹고 하는 게 진짜 여행 같았어요.
미국은 가는 곳마다 어디든지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었지요.
바다에서 갓 잡은 게나 굴 그리고 여러가지 생선을 먹어보기도 하면서요.
점점이 떠있는 수많은 섬들이 어찌나 그렇게 정갈하고 예쁘던지요.
그후 1985년 즈음에 LA에서 차를 렌트해서 시애틀까지 올라가면서
미국 서부 바닷가를 따라 국도 1번의 아슬아슬한 아름다움을 만끽했었지요.
그땐 내가 사진을 즐겨 찍을 때가 아니라 간단한 사진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미국 서부도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워싱턴주는 물론이려니와
오레곤주도 얼마나 멋진 해안풍경을 지녔는지요.
다시 내려와 바하 캘리포니아를 가면서 멕시코를 두번 째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제일 생각나는 것은 바닷가재가 미국보다 훨씬 싸서
LA나 샌디에고에서 그 것을 싼 가격에 구입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차로 국경을 넘어온다고 합니다.
식당에서 보통 크기는 5달러(미국에선 20달러 짜리)였는데 이왕 싼 김에
20달러 짜리 제일 커다란 놈으로 주문했는데 얼마나 컸던지
정말 쟁반만하더라구요. 지금도 감탄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얼마나 엄청 크고 맛있었던지…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가 됩니다.
미리 호텔검색을 한 후 와이파이가 된다고 해서 노트북를 가져가긴 했지만
시간 당 10불을 요구해 올 때까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뭐 궂이 돈까지 내고 들여다 볼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책 몇 권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가져갔고, 사진 많이 찍으려고
무거운 카메라에 렌즈 몇 개 더 가져갔더니, 너무 무리가 됐던지
한 쪽 무릎이 시큰거려 돌아와서 며칠 누어있어야만 했습니다.
초췌한 얼굴로 떠났던 남편은 도착하고 얼마되지 않아 언제 아펐느냐는 듯 생생해지더군요.
아마 전화나 컴퓨터 없이 문명과 단절된 상태에서 자연치료가 된 듯 합니다.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야자수 그늘 아래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각종 열대과일들과 음료수들이 지천에 널려 있고,
곳곳에 차려진 풍부한 음식으로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칸쿤 주위를 둘러보는데 호텔 앞에서 택시 한 번 타려면 60불,
길에서 멋모르고 잡다간 한 번 타는데 멀지도 않은 거리에 100불이 보통인데
버스를 타면 7.5페소니까 미화로 60센트가 조금 넘을까 할 정도입니다.
여행객들을 위해 정찰제로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 아니냐니까
여행지이니 그렇게 받아도 되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해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돈은 공항이나 호텔에서 바꾸면 무조건 1달러에 10페소로 계산하기 때문에
현지 은행에서 바꾸는 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은행마다 약간 다르다고 하여
호텔 데스크에서 물어본 후 1달러에 12.62페소 주는 은행으로 찾아갔습니다.
버스로 다니니까 둘이 15페소(달러도 받음) 내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은 직행버스가 연결되어 아주 실비로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번엔 칸쿤 주위에 있는 유명한 마야유적인 치첸이사(Chichen Itza)와 멕시코에서 제일 큰 섬인
꼬쑤멜(Cozumel)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들의 섬인 무헤레스(Isla Mujeres)를 둘러보았습니다.
호텔 앞 바닷가 모래사장에 밤이면 커다란 거북이들이 알을 낳으려고 엉금엉금 기어나와
밤이 맞도록 이곳저곳을 파헤치는 광경은 무척 신기했습니다.
환경 보호자들이 거북이 주위에 멀찌감치 깃발을 세우고 근처 접근을 통제했습니다.
거북이들이 알을 낳는대로 바로 양동이에 주워담아 한 구퉁이에 있는 부화장소로 옯깁니다.
한번에 대략 150~160개쯤 낳으며, 약 60일 쯤 되면 부화한다고 합니다.
보름달 아래 이곳저곳 엄마 거북이들의 수고를 보려니 벌써 새벽이 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알을 낳는 거대한 거북이 모습은 숭고한 장관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보는 무헤레스 섬의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이번엔 잊지 않고 카메라를 꺼내어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가 짤깍 멋진 사진을 찍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도 여행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갈 때 진정한 휴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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