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과 작약은 둘 다 같은 미나리아제비과에 속하고, 생긴 것도 서로 비슷해 분간하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잘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란은 목단이라고도 하고, 작약은 함박꽃이라고도 하듯이 모란은 나무이고 작약은 풀이랍니다.
모 란은 겨울이 되어도 나무줄기가 남아있지만, 작약은 풀이라서 땅 위의 줄기는 다 죽고, 그 뿌리만 흙 속에 묻힌 채 겨울을 보내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다른 점은 모란이 먼저 핀다는 것입니다. 작약은 모란이 진 후 약 3 주 지나서 핀다는 것이지요.
몇 년 전 모란 세 그루를 가져다가 아주 커다란 세 개의 화분에 심은 것을 뒤뜰에 놓아두었었지요. 몇 년간 정말 화려한 꽃을 선사하며 잘 자라주었어요. 붉은 모란보다 분홍 모란의 향기는 정말 매혹적이었지요. 그러던 것을 더 잘 자라라고 엄마가 비료를 듬뿍 주는 바람에 그만 뿌리가 다 죽어버리고 말아 앙상해진 나무 가지만 덩그라니 남아 버리게 되었지요.
올 해 마침 화원에 갔다가 다 팔리고 남은 모란 몇 그루가 있어 세 그루를 싸게 사가지고 와서 예전과 같은 세 개의 화분에 심었습니다. 모란꽃은 화려하지만 닷새도 못가 금방 지고 마는 것 같아 정말 아쉽습니다. 아주 오래 피는 몇몇 꽃들을 제외하고는 보통 꽃의 수명은 일 주일도 채 못가는 것 같습니다.
대 지를 힘차게 뚫고 솟아오르던 뜰앞의 작약도 모란도 아닌 것이 모란인 것처럼 비슷한 꽃몽우리를 내밀더니 함박만한 꽃을 피우며 5월을 화려하게 장식했었지요. 어두운 밤엔 꽃잎을 웅크리다가 해가 뜨면 다시 기지개 켜며 활짝 피어나 봄바람에 가지를 흔들며 수없는 함박웃음을 보내주었습니다.
꽃 들은 계절따라 제각각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피었다 집니다. 봄에 피는 꽃들이 다르고, 여름에 피는 꽃들이 다르고, 가을에 피는 꽃들이 다릅니다. 정원에 한 두 가지 계절 꽃들을 연이어 심어 놓으면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자기 때를 알아서 순서대로 피어납니다. 마치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대로 연주자들이 제 파트를 충실히 연주하 듯 말입니다.
꽃 들은 지음 받은 그대로 살면서 절대 다른 꽃들과 비교하지 않아 시기와 불평도 하지 않습니다. 옆의 꽃들이 아무리 빼어나게 아름답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고 잘 어울려 자랍니다. 또한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들풀이라도 서로 기대면서 잘 지냅니다.
그 런데 어리석은 인간들은 남을 헐뜯고 질투하고 끌어 내리려고 발버둥 칩니다. 내가 너보다 더 잘나야 하고, 내가 너보다 더 잘 살아야 하고, 내가 너보다 더 앞서야 한다며 끝없는 경쟁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경쟁자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 까지 합니다.
사 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쫓아 허망한 것을 얻으려다가 실망과 좌절만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아니하시고 사람의 깊은 속 마음을 보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어떤 존재인가를 알게 될 때 더 이상 원망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이 지으신 절대적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비로서 방황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정 원의 꽃들이 제 각각 생긴대로 아름다운 향기를 가득 발하며 다투지 않고 서로 잘 어울려 지내 듯이 사람들도 자연으로 부터 이치를 깨달아 편가르기나 남을 조종하려 들지 말고 자신만의 빛깔과 향기를 지녀야겠습니다. 들판에 가득 핀 들꽃들도 아무도 지나가는 이가 없어 알아주지 않더라도 제 때가 되면 환하게 웃으며 온 들판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자 신이 생긴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를 인식할 때 우리는 변화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옆과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님이 지으신 하나 밖에 없는 고귀한 존재들이니까요. 이 모습 이대로 받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면 생명을 보는 관점도 새로워질 것입니다.
2010/06/19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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