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친절로 고마운 가해자가 된 후
떨어지는 잎들의 아픔을 느끼며
오렌지나무 곁에서 얼마나 용서를 구했는지요.

밖으로 옮겨진 후 거의 매일 들여다보며
새로운 가지들은 언제나 움트려나 서성거리며
오렌지나무 곁에서 얼마나 사랑을 고백했는지요.

“오렌지나무야.  미안하다.
다시 힘을 얻어 살아만다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나의 귀여운 오렌지나무야.”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그만 싹들이 무수이
솟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사랑스럽고 기뻐서 매일 따뜻한 미소를 보냈습니다.

드디어 아주 좁쌀만한 연두색 움들이 커지더군요.
마음은 벌써 저만치 달려가 잎들이 풍성한데
조금씩 올라와 안타깝게 들여다보곤 했지요.

그러더니 갑자기 열기를 머금고 힘차게 자라
제법 큰 잎들을 반짝입니다.
옛 잎들은 하나둘 떨어져 지금은 새 잎들만 남았어요.

예전 이맘 때면 오렌지 꽃들이 화알짝 피었을텐데
새 출발로 모두 지쳐버렸는지 지금은 두 개의 꽃 몽우리만
짧은 가지 끝에 앙징스런 얼굴을 내밀었어요.

희망이 있으면 삶이 있습니다.
살아있어 행복입니다.
보세요.  옛 것은 벗어버리고 새 것이 되었어요.

2010/06/03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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