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봄 기운이 완연한 날 가게에 들러 화단에 심을 묘목과 꽃을 몇 판 사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꽃이 오래 갈 뿐만 아니라 화사해서 뜰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어 해마다  임패이션스를 심어왔지요.  어떤 해는 빨강과 흰색, 또 어떤 해는 빨강, 진분홍, 분홍 그리고 흰색을 샀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진분홍과 흰색만 2:1로 섞어 샀습니다.

흙이 얼면서 부욱 올라왔다가 녹아서 내려 앉아 숭숭해지거나 딱딱해진 것을 꽃삽으로 이리저리 헤쳐가며 꽃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작년까진 정원일을 너무 좋아하시는 엄마가 다 하셨지만 올해엔 부쩍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 제가 심기로 했지요.

오랜만에 손으로 흙을 만지면서 또 다른 감회를 느꼈습니다.  흙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야 비 한 방울이라도 더 잘 스며들어 흠뻑 마실 수 있겠지요.  그러면 뿌리를 더 깊게 내려 잘 자랄 수 있기에 모든 자갈들을 제하고 흙을 차분히 일구어 주는 것이겠지요.

우리도 이와 같은 것 같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이 흙처럼 부드러워야 우리와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 진리를 말할 때 인정할 수 있겠지요.  딱딱하고 고집불통이 되어 어느 누구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자신만 옳다고 주장한다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다 떠나버리게 될 것입니다.

흙을 꽃삽으로 부드럽게 부수면서 저의 마음도 스폰지처럼 부드러워 지혜로운 사람들의 말을 흠뻑 받아들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흙을  깊게 파고 거름흙을 듬뿍 넣고 꽃모종을 하나씩 심었습니다.  화단 앞 줄에 얼기설기 심었는데 그 일도 만만치 않더라구요.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서 농부를 생각하며 고맙기도 했습니다.

심을 때는 작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온통 뜰가를 화려하게 덮을 것입니다.  그러면 벌과 나비도 찾아 오겠지요.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선사하겠지요.  길을 걷다가 멈추어 서서 바라보는 사람 또는 드라이브 하던 사람들이 내린 차창문으로 얼굴을 삐죽 내밀고 쳐다보겠지요.  꽃처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020/05/13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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