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은 짓궂게 심술궂은 눈폭풍으로 집안에 갇혀 지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주말이면 더욱 기승을 부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해 언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나 몹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눈이 와도 봄은 모퉁이를 돌아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3월은 봄의 시작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몰라보게 부드럽고 따사로운 햇살이 가벼워진 어깨 위를 비추어서 모두 기분이 좋아짐을 느낍니다.  간간이 수북히 쌓인 눈을 미처 치지 못한 집들 때문에 위험한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했었는데, 지금은 도로변 군데군데 나지막히 쌓인 눈들 외엔 모두 녹아 즐겁게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낮에 걷다가 갑자기 들리는 요란한 새들의 지저귐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남쪽 이른 봄 따뜻한 햇살로 자글거리는 사철나무 사이에 깃든 수많은 새들이 저마다 목청껏 봄의 노래를 합창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노랫소리에 얼마나 생명의 감사함이 넘치는지요.

작은 화분 속에서도 눈이 덮인 채 겨우내 잠들었던 가냘픈 줄기들도 낮은 몸짓으로 앙징맞은  손을 내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장미나무 줄기에도, 죽은 듯 말없이 견디던 고목나무 가지에도 새순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촉촉해진 젖은 흙을 뚫고 봄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답답한 방안에 갇혀 힘들게 지내던 저의 오렌지나무도 어둡던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와서 오랜만에 봄나들이 하면서 밝은 태양 아래 마음껏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외출인데 밖에서 바라보니 소통하지 못했던 저의 잘못으로 앙상해진 가지들이 더욱 핼쑥해 보입니다.  잎이 다 져서 창백해진 가지들 때문에  더욱 미안하고 애처로운 마음입니다.

많은 잎들을 떨구고 우두커니 서 있는 저의 오렌지나무는 바람이 불면 기다림에 지쳤던 어려운 시절 다 지나가고 봄이 와서 기쁘다고 얼마 되지 않은 잎들을 살랑이며 속삭입니다.  며칠 후 비가 오면 겨우내 쌓였던 먼지들도 다 털어버리고 깨끗이 씻을 수 있어 온몸의 피로가 많이 풀리게 될 것입니다.  어서 이른 봄비로 저의 오렌지나무도 기운을 얻어 죽은 가지에도 싹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봄은 생명이 소생하는 계절입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가 피고 그리고 제가 아주 좋아하는 목련도 필 것입니다.  그리고 개나리, 철쭉, 진달래, 벚꽃도 활짝 필 것입니다.  산과 들은 연두색 옷으로 곱게 갈아 입고서 예쁜 봄꽃으로 단장할 것입니다.

우리네 삶에도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2010/03/10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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