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드림팀의 성공 방정식을 간단하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분석한 글을 신문에서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는 연결하라.   서로 다른 경기 종목을 접목시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훈련시켰다는 것이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에게 아사다 마오의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을 요구하지 않고 그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예술성을 접목시켜 마스터피스로 만들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절묘한 연결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관찰하라.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의 자세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 몸을 푸는지, 다른 종목 선수들의 모습까지 세밀하게 보고 배웠다고 한다.  그후 국내 선수들의 훈련 모습도 꼼꼼히 관찰하여 서로 장,단점을 찾아내 각자 맞는 종목을 지원했다.  순발력은 있으나 지구력이 없는 선수들은 단거리 경주에, 순발력은 약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붙는 선수들은 장거리 경주를 훈련시켰다는 것이다.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책에서 나오는 <동물학교 이야기>가 생각난다.

셋째는 즐겨라.  오서 코치가 김연아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무표정한 연아를 웃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의 느낌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연아는 무표정한, 아니 거의 화난 사람 같은 얼굴로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그녀의 불행해 보이기까지 하는 얼굴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브라이언 오서의 책 〈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 중에서)  다른 메달 선수들도 한결같이 승리의 비결로 ‘부담 없이 즐기면서 한 것’이라는 것이다.

넷째는 소통하라.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김연아의 숨이 멈출 듯한 매혹적인 경기를 펼치는 동안 오서 코치는 링크 밖에서 동작을 따라 하고 있어서 연아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를 실패한 선수들에게 다가가 말 없이 끌어안는다든지 잘한 선수들에게 자랑스럽다며 격려를 잊지 않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소통해서 유기적 조직체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했다.

특히 한 감독이 주저없이 말한 것은 “내가 낮춰야 선수들 성적이 좋아지더라고요……”   즉, 리더가 먼저 다가서고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하면서 실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다.

다섯째는 멀리 보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며 바위가 뚫리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지만, 그 찰나의 시간이 오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긴 세월과 끊임없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 투자가 축적되면 어느 순간 성과로 전환되는 것을 ‘양질전환(量質轉換)의 원리’라고 한다며 명확한 비전을 설정해 긴 눈으로 보면서 투자하는 노력을 기업들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참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비단 올림픽 드림팀만의 성공 방정식이 아니다.  유명인이거나 무명인이거나 나름대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일에 적용 가능한 방정식이다.

마이윤 웹사이트를 새로 업데이트해서 오픈한 지 넉 달이 되기도 전인 지난 달 초에 방문자 수에 이상이 생겼었다.  모두 숫자가 지워지더니 엉터리 숫자가 이틀 만에 올라가 있었다.  그 방문자 수는 지금 숫자인 칠만 팔천쯤 되었던 것 같은데 오만 오천으로 내려 앉아버렸다.

처음 반응은 부정의 단계였다.  ‘컴퓨터 계산이 잘못될 리가 없어.  어딘가 저장되어 있겠지’였다.  그 다음은 화가 났다. ‘뭐 이런 게 있어?’ 하며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런 엉터리 같은 방문자 수는 있을 필요가 없으니 당장 없애버리라고 했다.  그러다 거부 단계가 왔다.  ‘나 이제 이딴 숫자 같은 것 안봐’였다.  그리고 포기 단계가 왔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러다 받아 들임 단계에 다다랐다.  ‘그래, 그럴 수도 있나 보다’였다.  그리고 동시에 몹시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단계적인 생각을 하다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사람들이 반응하는 심리상태의 묘사와 유사함에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나는 그런 숫자엔 관심이 없어 하면서 화가 났다는 것은 관심이 없는 척 하면서 ‘조금 지나면 방문자 수가 십만 명이 넘겠구나’라며 숫자를 보면서 즐겼던 것이다.  교만이 분노를 초래하는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아, 나는 아직 멀었구나!’였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경기를 지켜 보며 더욱 생각나게 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 인생을 즐기는 법을 깨달은 김연아와 집착과 집념으로 뭉쳐져 분노를 노출시킨 아사다 마오는 이미 게임이 끝난 것이다.  슬픔도 기쁨도 사라지는 것이다.  슬프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기쁘다고 너무 기뻐하지 않는 평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겠지 하는 남을 의식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면 이미 실패작일 수 밖에 없다.  그것보다 정말 쓰고 싶은 생각에 견딜 수 없어 즐겁게 글을 쓴다면 누가 읽던 말던 그 글은 이미 자신의 일부가 되어 진실을 말하는 좋은 글이 될 것이다.  내려 놓음의 법칙은 언제나 어디서나 적용된다.  자신이 무엇을 이루겠다고 전투를 하듯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이 아니라 쥔 손을 펴고 부담없이 구름 위를 미끄러지듯 즐거운 놀이를 하는 것이다.

인생은 분노로 허비하기엔 너무 귀중하다.
나도 이제부터 부담없이 즐기면서 글놀이를 해야겠다.

2010/03/07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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