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살갗을 파고들 듯 뜨거운 햇살과 금방이라도 쪼개버릴 듯한 사나운 천둥과 번개, 후다닥 내리치는 비, 그리고 꺾어버릴 듯한 기세로 뒤흔드는 바람, 이 모든 게 잘 어우러져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끝임없는 열정을 뿜어내는 계절이다.
한 그루의 포도나무라도 한껏 두 팔을 벌리고 짙푸른 잎사귀 하나 하나에 작열하는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머금고 알알이 익어가는 가을을 꿈꾸며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끊임없이 성장한다. 이와 같이 인생의 여름도 실수를 하기도 하면서 매우 뜨겁게 사는 계절인 것 같다.
인생의 여름은 아무래도 직업과 결혼과 육아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오랜 학업을 마치고 그 동안 배웠던 지식들을 실제로 적응해 보면서 자신의 반쪽을 찾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므로 안정된 가정을 꾸리길 원할 것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성경말씀처럼 여자는 아이를 낳고 집안 일을 하고 남자는 죽는 날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여자들만 아니라 남자들도 생활력 있는 배우자를 원하고, 아내가 남편보다 돈을 더 버는 경우도 많으니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결혼은 인생 중대사라서 아주 신중한 결단이 요구된다. 어떤 사람은 ‘A. Age(나이), B. Beauty(미: 신체조건), C. Character(성격), D. Degree(등급: 집안배경), E. Education(학력), F. Fortune(행운) 이라고 했다.
이제 신세대 결혼은 두 남녀의 애정 결합이라는 관념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한다. 여자가 말하는 남자의 조건은 단단한 경제력을 가진 직업과 장래성이고 남자가 말하는 여자의 조건은 외모가 우선이고 그 다음 맞벌이 가능여부라고 한다. 그 이유는 현재 경제현실이 남자 혼자 벌어서는 집장만도 어렵고, 더구나 여자가 자신만 바라보고 있으면 부담스럽고, ‘여자는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공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 집안 가족관계’와 ‘능력’, ’건강’, ’종교’가 아주 중요하다고들 한다. 결혼은 단순히 당사자만의 결합이 아니라 집안끼리의 만남이므로 집안 가족관계를 중요하게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혼은 가능한한 자라 온 배경이 비슷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같은 작은 땅덩어리에 살면서도 각 지역의 특징이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특히 문화가 같아야 갈등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건강은 말할 것도 없이 본인의 건강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물려주게 될 유전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외모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요즘 한국TV를 보면 모두 똑같아 신경이 거스릴 때도 있다. 자신의 열등감 해소 정도로 약간 고친다면 모를까 무턱이 될 정도로 안면을 바꾸니 하나님께서도 천국에 오면 못알아 보시어 출생시 모습인 원본사진을 갖고 다시 오라신다는 유머가 나왔을까. 그러니 요즈음 남자들은 자연미인을 원해 예쁜 자녀를 갖길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종교도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된다. 만약 기독교 집안이 차례를 지내거나 점치는 집안과 만난다면 많은 마찰을 가져올 것이다. 종교문제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다른 과제마저 엉크러진 채 진흙탕 싸움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절망적인 경우는 “아내는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얻을 수 없다”는 경우이다. 서로 이해하고 도와야 할 아내에게 막말을 해대며 자기 말만 옳다고 밀어부치고 지배하려는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 감정발달의 미성숙으로 몸은 성인인데 정신연령은 어린아이인 어른아이와 같은 배우자와 산다면 많은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나는 고부간의 갈등을 볼 때 이 성경구절이 생각난다. 창세기 2장 24절에 나오는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하나님의 지혜에 감탄한다. 그 때엔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만드신 직후였는데 이미 이렇게 선언하셨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리라.
내 주위에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둔 남편이 이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가 이 성경구절을 읽은 후 성인이 된다는 것은 아브라함이 집과 친척과 아비집을 떠나 하나님의 명령을 순종했듯이 자신도 한 가정의 가장이요 그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문제를 순조롭게 푸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Priority 문제이다. 먼저 아내를 행복하게 해야 남편의 가족에게도 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남편들은 평상시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입으로만 말한다. 절대 집안 일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집은 호텔로 생각하는지 집안 구석이 호텔방만도 못하다며 불평하기 일수이다. 잠만 자고 배고플 때 밥 주고 물 떠오라고 명령하고선 먹은 후 몸만 살짝 빠져나간다. 매사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이다. 아내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고 두 귀를 막고, 자녀들과 함께 놀아주지도 않는다. 이렇다면 누가 결혼하려고 하겠는가? 이런 사람들을 보면 왜 결혼하는지 모르겠다. 결혼은 “나”가 아니라 “우리”이다.
결혼은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면서 깊은 대화로 눈빛만 보아도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서로 긍정적인 말로 힘을 돋구어주고, 감사하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하고, 서로 도와주고, 하기 싫은 일은 자신이 먼저 하려고 할 때에 행복해진다. 서로 가르치려고 하고, 군림하려고 하고, 다스리려고 한다면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힘들고, 명령하기는 쉬워도 경청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10/02/11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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