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분명히 13개 였는데 왜 10개 밖에 없지?” 놀라서 높아진 엄마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밖에 나갔더니 어제까지 분명히 오렌지가 13개가 달려 있었는데 지금은 10개 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동안 뒷마당에 두었더니 바람이 세게 부는 쪽이었는지 열매들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가고 겨우 두세 개만 남아 올해엔 아예 양쪽으로 바람을 막아주는 옹낭한 구석에 얌전히 놓아두었습니다. 그 덕분이었던지 올해는 최고로 많은 열매가 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익기 전 초록색이여서 눈에 띄지 않았을 때도 조심했었는데 더군다나 잘 익은 황금색 오렌지는 금방 알아 보기 쉬워 오후에 햇볕이 잘드는 앞쪽에도 못내놓았던 것입니다. 견물생심이라고 지나가던 사람들 눈에 띄면 어쩌나 싶어 옆마당 깊숙히 놓아두어 작심하고 들여다 보기 전에는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떨어진 거리에 있었던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들이 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바로 전 날 외출할 때 정원사가 길다란 차를 집 앞에 세우고 일꾼들과 함께 앞 마당에서 잔디를 깎으려고 기계들을 이리저리 펼치고 있어서 차를 빼주면서 인사했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아니고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불쾌해졌습니다.
오렌지나무 농장이었다던가 아니면 여러 그루라도 있었으면 그렇게 서운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단지 한 그루인데 그것에 손을 대다니 말도 안된다며 불평을 했더니 아들이 보다 못해 다음 날 정원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우리 집에 왔으면 정원만 손질할 것이지 어떻게 한 그루 밖에 없는 오렌지나무에서 세 개나 따가지고 갔느냐고요. 엄마의 오렌지나무는 자식처럼 애지중지 기르고 있는 나무이고, 사진을 찍어 엄마 웹사이트에 글과 함께 계속 올리고 있는 중인데 어떻게 꺾어갈 수 있느냐고 야단했다고 합니다.
미안해 하더라는 아들의 말에 오른 뺨을 때리면 왼 뺨도 돌리고,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도 주어야 한다는 성경말씀이 생각납니다. 정말 말과 행동의 괴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아주 남은 열 개도 내어 놓아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도저히 없고 오히려 남은 열매가 더욱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2009/11/07
윤명희
477 total views, 1 views today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