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7월 5일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 터키가 중국이 인종학살을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하고 나섰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위그르인의 고통은 우리 터키인의 고통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에 대한 동화정책을 중단해야 하며 그것은 인종학살에 비유된다고 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위구르족 사망자에 대한 추모기도회와 중국 국기 화형식이 있기도 했다.
주로 중국 서북부 지역에 사는 위구르족은 몽골고원과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활약한 투르크계 민족이다. 중국 국토의 17%를 차지하는 이 신장 지역에 약 800만 명의 위구르인들이 살고 있다. 건조한 산악지대이며 광물자원과 석유가 아주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가 나오는 지역이며 여러 차례 핵실험을 했던 군사전략 지이기도 하다.
중국이 대대적으로 서부 개발을 하면서 이 신장지역 경제는 급속히 발전했지만 경제발전의 혜택을 대부분 한족들이 받아 위구르인들의 불만이 이번 사태에 많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문제에 터키가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2003 년 여름 터키 동부를 여행할 때 오랫동안 아르메니아인들이 살아오던 지역을 돌아보며 착잡했던 심정을 금할 길 없었다. 그들의 찬란했던 유산들이 빛 바래져 잡초만 무성했으며 뻥 뚫린 지붕들과 힘없이 무너져 내린 벽들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더욱 그들의 애환을 말해주는 듯 했다.
특히 아라랏산을 배경으로 현재 터키에서 제일 큰 반 호수(Lake Van)는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아르메니아인들의 고향이었다. 그들이 어찌 아라랏 산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그 호수 가운데 떠있는 조그만 섬(Akhtamar island)에 다 쓰러져 가는 교회가 나를 맞이했다. 비록 다 허물어져 가지만 옛 위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성서에 나오는 장면들이며 아르메니아 왕(King Gagik)의 모습도 새겨져 있었다. 아르메니아는 로마보다 먼저 서기 301년에 기독교를 받아들인 나라이다. 아르메니아 정교회는 단성설을 믿는다.
1,100년 전에 지어진 이 교회(Holy Cross Church 915~921년)는 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5년 오토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이후 폐건물로 방치돼 양국 간 갈등과 이슬람 국가인 터키 내 소수 종교에 대한 탄압의 상징이 돼 왔었는데 EU에 가입하려는 터키 노력의 일환으로 이 교회를 복구해놓았다.
그러나 지붕 위에 십자가는 없고 일 년에 한 번만이라도 예배를 보게 해달라는 아르메니아의 요구도 무시한 채 박물관으로 사용할 목적이라고 했다. 터키의 일부 급진 민족주의자들은 “터키인들은 고결하며 학살과 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아르메니아 정교회 복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915년 터키인들에 의해 아르메니아인 약 175만 명이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로 추방되었는데 도중에 사막에서 60만 명 가량이 죽었다. 연이어 대학살이 일어나 백만 명 이상이 죽었고 또 마을에서 50여 만 명이 조직적으로 대량 학살 당했다. 그리고 강제로 아르메니아 여인들을 아내로 삼았다. 나를 돕던 여행가이드도 자신의 할머니가 아르메니아인이라고 했다.
이것은 후에 히틀러에게 유대인 멸종 청사진을 제공하게 되었으며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터키인들이 아르메니아인들을 학살하는 동안 세상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세상은 지금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하면서 독려했다는 것이다.
터키정부는 당시 많은 아르메니아인들이 죽었지만 집단학살이 아니며 사망자수도 과장돼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집단학살의 역사를 부인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한 독일정부와는 달리 자신의 과거를 부인하는 일본정부와 흡사하다. 2006년 말 프랑스 하원이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의 역사를 부인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으로 양국간 외교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세기는 아르메니아인 인종청소 범죄행위가 출발점이 되어 독일의 히틀러, 일본의 군국주의, 소련의 스탈린, 캄보디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유사한 인종범죄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잘못된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없다. 역사에 대한 왜곡과 편견만 난무한다면 비극의 역사는 반복된다.
2009/07/31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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