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생물학 구조를 보면 뿌리털 끝에는 생장점이 있는데 그 주위를 뿌리골무가 싸서 보호하며 그것이 자라면서 흙 속에 있는 물과 양분을 흡수하고 식물을 자라게 합니다.  뿌리는 물과 무기양분을 흡수하고 식물체를 지탱해주고 산소를 흡수하여 호흡하고 양분을 저장합니다.  이 뿌리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 식물이 자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주어도 안됩니다.

얼 마 전 엔진오일을 바꾸러 한국인 단골 정비소에 갔었습니다.  그 정비소 앞마당은 온통 콘크리트로 덮였고 가장자리에 약간의 흙이 있을 뿐인데 그 손바닥만한 곳에 정비소 주인은 작년에 몇 구루의 나무를 심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 그가 가장 아끼던 복숭아나무가 말라 죽어버린 것입니다.  작년에 그 작은 나무에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얼마나 대견했었는데 말입니다.  또 한 모퉁이에 심겨진 한국 배나무는 겨우 목숨만 붙어있는 꼴이었습니다.

혼자 일하던 직원에게 물어보니 주인이 그 복숭아나무를 170불이나 주고 사서 심었는데 첫 해에 많은 과일이 열린 것을 보고 너무 기뻐서 더 잘 자라라고 나무뿌리 가까이 파고 깻묵이니 뭐니 하면서 영양이 될 듯싶은 것들을 마구 묻어주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화근이었지요.  그것들이 썩으면서 고온을 발산해 온통 뿌리를 다치게 한 것입니다.  또 다른 배나무도 마찬가지였는데 다행히 그 나무 주위는 땅이 조금 더 넓은 편이라 피해가 덜 했던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과수원을 했다는 한 방문객의 설명을 들은 후 복숭아나무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나무에서 적어도 20센티미터 떨어져 주위를 넓고 깊게 판 후에 완전히 발효된 비료를 흙과 섞어서 주어야 한다며 절대로 아무 것이나 직접 주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겉의 흙을 파고 기름진 토양으로 갈아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도 몇 해전에 탐스럽던 목단 세 구루가 다 죽어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목단 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가 그윽한지 모릅니다.  초여름이 되면 멀리 있어도 바람 부는 대로 실려 온 향내가 코 끝에 아른거려 그 향기에 취한지 몇 해가 지났었습니다.  제법 가지가 굵어지면서 꽃도 해마다 수 십 송이 피어 정말 행복했었지요.  그런데 더 잘 자라라고 엄마가 생선이라든지 상한 과일들을 뿌리 가까이 잔뜩 묻어주는 바람에 2년이 지난 후 아주 말라버렸던 것입니다.

올 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밖에 내다 놓은 화분들을 잘 들여다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가데이나를 심은 화분에 물이 잔뜩 고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웬 일인가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화분 밑의 구멍이 막혀 있었습니다.   얼른 물을 다 빼주었지만 계속 그 상태였었던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잎들이 윤기를 잃어가며 시들 거리더니 점점 누렇게 변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많던 꽃 봉우리들도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매일 들여다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오늘은 더 이상 가망이 없는 것 같아 나무를 뿌리째 들어 올려보았더니 뿌리털들이 완전히 죽어있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양분을 끌어 올릴 수 있었겠습니까?

그 옆에 서있던 오렌지나무는 지켜 볼 수 밖에 없어 조용히 자신의 가지들을 흔들어 댑니다.  몇 년 동안 동고동락해 온 사이였는데 이젠 혼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혼자이기에 더 든든해야 한다며 자신을 튼실히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야 자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을 떠난 가데니아 몫까지 더해 기쁨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뿌리가 죽으면 온 나무가 다 죽게 됩니다.  이렇게 나무에게 뿌리는 중요합니다.  인생에서 뿌리는 희망과 같습니다.  희망이 없으면 죽습니다.  꿈이 없으면 망합니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절망하면 안됩니다.  아무리 암흑 같은 밤이라도 내일이면 태양은 또 다시 떠오릅니다.  오늘도 내일을 향한 희망의 꿈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2009/07/12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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