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방안에서 지내야 했던 나의 오렌지나무는 정말 오래 참아주었습니다.  여름 내내 밖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뜨거운 태양의 열기로 싱싱하게 자라다가 밤 서리가 내리는 추위가 오기 시작하면 집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오렌지나무로선 참 힘든 일일 것 입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곧 알 수 있습니다.  처음 밖에서 안으로 들여 올 때에는 푸르고 무성한 잎사귀들을 자랑스럽게 펼치며 잘 지냅니다.  그러다가 한두 달도 못되어 조금씩 시름시름 윤기가 없어지면서 시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예쁘게 반짝이던 잎들이 생기를 잃어가는 것 입니다.

오렌지나무 곁을 서성이며 뾰족한 대책 없이 짧아진 햇빛을 보충해주느라 밤새 전등을 켜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만 날씨가 풀리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줍니다.  그것도 모자라면 바로 위 천장에 매달린 바람날개를 틀어줍니다.  주기적으로 영양분을 주면서 흙이 숨쉴 수 있도록 잘 뒤집어도 줍니다.

그 렇듯 정성을 기울여도 한 겨울이 되면 점점 버틸 힘을 잃어가는 듯 합니다.  창문 쪽에 있어서 그래도 앞쪽보다는 햇빛을 더 잘 받아 걱정을 놓을라치면 잎이 무성해서 잘 보이지 않던 부위의 잎사귀들이 말리는 듯 말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헤집고 잘 뒤집어보면 곰팡이 병의 일종인 그을음 병이나 흰 가루 병에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병에 걸린 잎과 가지를 물로 잘 닦아주다가 심하면 면봉에 알코올을 묻혀 살살 가지를 닦아주고 더 심해지면 방제 약을 쳐주어야 합니다.  그럴 때마다 따뜻한 날씨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방안에 갇혀서 힘들게 생명을 유지하느라 한 잎 한 잎 떨구며 서 있는 오렌지나무가 너무 애처로워 보여서 입니다.

올해도 지난 1,2월에 오렌지나무 곁에서 조용히 쉬고 있노라면 사악 삭 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닥엔 말라버린 오렌지 잎들이 마구 딩굴어 그 수만큼 마음이 아팠지요.

올 3월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듯 지친 모습으로 가지를 드러냈습니다.  오렌지가 11개만 달린 줄 알았었는데 그 많던 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버린 후 2개가 더 많은 13개나 달려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렌지나무 곁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갑자기 뭔가 쿵 하며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오렌지 한 개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던 것입니다.

4월인데 여전히 12개의 오렌지를 달고 새로운 오렌지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향기로운지요.  밖에서 돌아오면 그윽한 오렌지 향기에 이끌려 달려가듯 곁에 다가가서 황홀한 냄새를 맡고는 너무 행복해 했습니다.

해 맑은 얼굴로 웃으며 반기는 작은 꽃들이 아쉬워 때이른 여름날씨를 보인 5월이 와도 밖에 내놓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따뜻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오렌지 꽃 향기에 미련이 남아 내어놓기가 너무 아쉬웠던 것입니다.  제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 되어버린 것 입니다.

그럼에도 여러 번 망설이다 아직도 필 꽃망울들을 그리워하며 밖에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들하던 잎새들이 몇 차례 비가 온 후 얼마나 몰라보게 싱싱해졌는지 모릅니다.  자연의 정기를 듬뿍 받으며 피어나는 오렌지 꽃도 더 화려해 보였습니다.

아무리 사람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 한다 해도 자연의 섭리와 겨를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우리 모두 자연으로 돌아 가야겠습니다.
2009/05/24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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