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13인치 짜리 노트북을 거의 2년 가까이 행복하게 사용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USB port 두 개가 다 망가져 버려 수리점에 가지고 갔다. 그런데 기술자가 고치려면 부품을 우선 주문해야 하고 수리비만 400불이 들 것이라고 해서 난감했다.
새 것으로 바꾸기에는 아직도 새 것이고, 고치자니 아깝고 해서 많이 망설이다 온라인에 들어가 보았다. 각 회사에서 제공하는 소비자들의 평과 가격 그리고 상품비교를 해보고 삼성에서 만든 10인치 짜리 미니 노트북을 사기로 했다. 처음 사용하는 한국제품이라 기분도 좋았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서 수리비에 조금만 보태도 살 수 있었고, 작고 간편해서 들고 다니기에도 안성맞춤인 것 같았다. 특히 배터리 수명이 짧은 관계로 전원사용을 제공하는 곳에만 가야 했는데 이것은 8시간도 쓸 수 있는 제품이라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더구나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원래의 프로그램 재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오래 전 대학에서 컴퓨터를 배울 때엔 코볼이나 파스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공부였다. 우선 만든 프로그램을 타이프 치는 것에 따라 기계가 카드에 구멍을 내면 그 카드뭉치를 커다란 컴퓨터에 집어 넣고 기계가 카드를 읽고 계산하게 하는 것이었다. 도중에 카드 한 장이라도 빠지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만약 실수로 카드뭉치를 바닥에 떨어뜨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졸업 후 사무실에서 일할 때 처음 퍼스널 컴퓨터가 나오면서 얼마나 신기했던지? 특별히 지움 키(Delete Key)가 제일 신기했다. 그 전엔 타이프를 치다 틀리면 지우거나 다시 새 종이에 쳐야 했는데 새로 나온 컴퓨터는 키 하나만 누르면 만사형통인 것이 얼마나 편했던지.
이렇듯 컴퓨터의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놀랍게 발전하면서 핸드폰과 마찬가지로 더 작고, 더 빠르고, 더 사용이 용이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2년쯤 사용하면 새로운 제품으로 바꿔야 될 만큼 첨단을 향한다.
무선랜이 제공되는 커피전문점에서 일이나 공부하는 이들을 가리켜 코피스(Coffice=Coffee+Office)족’ 이라고 불렀다면 요즘에는 한 단계 발전해 언제 어디서든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컴퓨팅 환경을 즐기는’유피스(Uffice=Ubiquitous+Office)족’이 등장했다.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두툼한 노트북을 가져와서 전원사용이 가능한 벽에 서로 앉으려고 신경을 쓰면서 소리 없는 싸움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커피점에서 책을 읽거나 일하려고 하면 옆에서 핸드폰을 받거나 큰 소리로 대화하는 소리가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미니노트북이 나오면서 이런 불편이 해소되었다. 더 이상 답답한 실내에서 타인의 소음을 듣지 않아도 되고 8시간 지속 가능한 배터리와 무선 인터넷 사용으로 들과 산 그리고 바닷가 어디든지 업무수행이 가능해졌다.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빨라지고, 더 열리고 있다. 인터넷의 힘은 대단해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 순간에 알 수 있다. 정말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우리 스스로 얼마나 빨리 적응하면서 세속화 되지 않고 살 수 있을지 더욱 배우고 긴장해야 할 것 같다.
2009/05/09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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