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에는 운전을 하고 저녁에는 피자를 배달하는 남부 웨일즈 출신인  37세의 제미 퓨(Jamie Pugh)가 얼마 전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수잔 보일에 맞먹는 또 다른 스타로 주목 받고 있다고 하여 유투브에 들어가 보았다.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많은 관객들 앞에서 공연한 적이 없고 자신이 노래를 3분을 지속할 수 있을 지 보기 위해 무대에 섰다는 그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그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소서(Bring him home)라는 짧은 곡을 완벽하게 불렀다.

그 러나 영국의 일간지 더 선은 제이미가 이미 3년전 현대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일컬어지는 웨스트엔드(West End)에서 대형 무대에 섰던 경험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신문은 2006년 다른 신인발굴 프로그램에 나와 1000여명의 관객 앞에서 그룹으로 노래를 부르고, 또한 솔로로도 불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혀 라이브 무대에 서 본 적이 없고, 무대공포증까지 있다던 제이미 퓨의 말은 거짓말이 된 셈이다.  그러나 제이미 퓨는 이에 대해 “내가 그룹의 일원으로 공연을 한 적이 있지만 혼자 노래를 부른 적은 절대 없다”고 반박했다.

제이미 퓨가 노래를 부르기 전 심사위원과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면 곡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떠는 듯 간절히 불렀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가 떨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잔 보일이 일으켰던 감흥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 같았다.

공포증은 다양하다.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고소공포증, 뾰족한 물체를 두려워하는 첨단공포증, 자신의 얼굴이 흉하다고 생각하는 추모공포증, 차나 비행기를 탔을 때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교통수단공포증, 대인공포증, 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 단순공포증, 학교공포증, 동물공포증, 칼공포증, 시선공포증, 질병공포증, 숫자(4,13,17 같은)공포증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예전 에 공항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아주 공포에 젖은 목소리로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생전 혼자 비행기를 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시댁의 장례로 남편이 먼저 급히 한국으로 떠났고 자신은 며칠 후 혼자 가게 되었다면서 무서워 죽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남편부재여행공포증이라고 해야 할런지?

이렇듯 사람들에게는 크고 작은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 에게도 공포증이 있다.  세계 오지를 향해 홀로 여행을 떠날 수는 있어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 공포를 느낀다.  합창공연으로 링컨센터에 섰을 때 단원들에 묻혀 눈에 띄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얼마나 떨리고 긴장했는지 모른다.

그 러나 독창은 지금도 여전히 떨린다.  교회의 작은 모임이라도 혼자 부르려면 떨려서 짧은 곡을 고른 후 이중창이라도 해야 편하다.  그러니 그럴 가능성도 없지만 설령 실력이 된다고 하더라도 큰 무대에 홀로 서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서인지 제이미 퓨가 그룹의 일원으로 공연을 한 적이 있지만 혼자 노래를 부른 적은 절대 없다는 말에 동병상련이랄까 그 심정이 어떤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 떤 사람은 무대공포증을 없애기 위해 우선 한 발을 편하게 놓는 자세를 취해보라고 조언한다.  그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모든 정신을 머리로 집중시키지 말 것과 배꼽 밑에 위치한 배 부분에 힘을 모으고 심호흡을 몇 번한 후 불러보라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래, 나도 다음엔 비록 작은 그룹 앞에서라도 아랫배에 힘을 모으고 눈을 감고 부르면 떨리지 않을런지 모르겠다.

2009/05/08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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