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아침 인터넷을 켰더니 MSN 홈페이지 중앙에 글자 그대로 촌스럽게 생긴 여자 사진이 한 장 눈에 들어왔다. 영국의 스타 발굴 프로그램(Britain’s Got Talent)에 참석한 47세의 수잔 보일(Susan Boyle)에 대한 이야기였다.
스코트랜드의 작은 마을 블랙번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2년 전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후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직업도 없이 정부보조금으로 연명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생전 키스도 해본 적도 없었고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학창시절엔 학습부진으로 놀림감이 되었었고 지금도 동네 아이들의 조롱을 받기도 한다는 그녀는 노래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해서 12살 때까지 성가대에서 불렀던 것이 전부였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네의 허름한 호텔에 설치된 노래방기기로 마음껏 불렀다는 것이다.
그녀의 인기가 유튜브에서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서 한번 들어가 보았다.
무 대 뒤에서 이 뚱뚱한 여인이 무엇을 먹고 있는 장면이 보이더니 몇 마디의 인터뷰가 오고 갔다. 그리고 무대 위에 오른 후 심사위원이 그녀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전문 음악인이 되길 원한다고 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3명의 심사위원들도 어이 없어 했고 관중들도 크게 야유했다.
막 잠에서 깨어나 슬리퍼를 신고 어슬렁거리다 나온 듯한 머리와 다듬지 않고 쳐진 짙은 눈썹 밑에 푹 꺼진 눈과 빈약한 코 그리고 살이 쪄서 두 턱 진 얼굴에다가 입고 나온 옷은 초라해 보였고 말도 어눌했다.
그 러나 그녀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시작을 부탁하고 입을 열어 레미제라블에 나오는”I dreamed a dream” 을 부르기 시작 했다. 한 소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온 관중들은 열광했고 세 명의 심사위원들은 치켜 올린 눈이 동그래지면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나도 뜻밖의 놀라움에 얼어 붙는 듯 했고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인터넷의 힘은 위력을 발휘했다. 삽시간에 전 세계에서 그녀를 본 사람들이 천삼백만 명이 훌쩍 넘고 있었다.
나는 즉시 나의 자녀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꼭 들어가서 47세의 중년 여인이 어떻게 그녀의 꿈을 이루는가를 보라고. 그리고 너희들도 멋진 꿈을 꾸고 그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나 도 솔직이 말하면 어제 서른 번도 더 본 것 같다. 하루 종일 그녀의 노래가 내 가슴에서 떠나지 않고 울렸다. 오늘도 다시 유튜브에 들어가 보니 이천삼백 만이 되어가고 있다. 다른 동영상도 합치면 수천만 명은 족히 될 것이다.
얼마 전 대니 보일(Danny Boyle)이 감독 하고 오스카 상을 휩쓸었던 인도영화 “슬럼덕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처럼 모진 가난을 딛고 일어나 성공하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수잔 보일은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너무 빨리 사람을 판단한다. 그렇지 않다는 교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그녀의 외모를 보고 저런 여자가 어떻게 잘 부를 수 있을까 생각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말 사람이 섣불리 추측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셈이 되었다.
신앙심이 깊은 그녀는 아마 “겉모양으로 판단하지 않으시고 각 사람의 행위대로 심판하시는 분을 여러분이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여러분은 나그네로 있을 동안에, 두려운 마음으로 지내십시오” (베드로전서 1:17) 라는 성경구절을 기억했을 것이다.
가난 한 집으로 돌아 간 수잔 보일의 대문 앞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서 그녀를 찍기 위해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가끔 밖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셔터를 눌러대고, 유명 TV와 매스컴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녀가 우리들을 더욱 열광케 하는 것은 놀림을 받기도 하면서 어렵게 살아 온 환경을 탓하지 않고 생전에 “모험을 하라”는 자기 어머니의 뜻을 성취하기 위해 주저함 없이 도전하여 결국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어두운 세계경제로 인해 많이 위축되어 있는 요즈음 수잔 보일의 천상의 목소리는 이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는 희망의 목소리로 드넓게 울려 퍼지기 바란다.
2009/04/18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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