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입을 올리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이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금융위기를 불러온 모기지 관련 상품의 등급을 엉터리로 책정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가운데 무디스의 한 직원이 모기지 관련 상품에 미심쩍은 등급을 매긴 뒤 임원에게 보낸 이메일의 내용이다.
또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직원 간에 2006년 오간 이메일에는 “카드로 만든 집이 무너지기 전에 돈을 챙겨 은퇴하자”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등이 몰락하고 금융시스템을 구하기 위한 정부의 구제금융으로까지 이어졌다.
정말 요즈음은 신문이나 TV 뉴스를 보기에도 겁이 난다. 온통 주위에선 힘들다는 소리만 들린다. 거리에 그 많던 자동차들도 뜸해진 것과 식당이나 가게들도 조용하기만 하다. 잠시 들렀던 한인 대형 슈퍼마켓에선 많은 고객들로 시달리던 직원들의 피곤한 무표정이 걱정스럽기까지 한가해져서 눈까지 맞추어가며 겸손해진 미소를 보고 많이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 회사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하던 큰 딸의 전화를 받았다. 리먼브라더스에서 있었던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 동안 학교에서 헤어진 후 별로 연락이 없었는데 갑자기 전화를 받아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그녀는 하버드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으며 아주 똑똑하고 예뻐서 인기도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리먼브러더스에서 일하던 주위 친구들의 슬픈 소식들로 인해 함부로 전화조차 할 수 없었던 터에 그녀로부터의 전화는 미리 예견된 내용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에 자신 만만하였고 거칠 것 없는 말 그대로 정말 잘 나가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너무 잘 나가다 보니 왠 만한 사람들과는 전화조차 할 새도 없이 열심히 일만 하면서 자신의 아성을 쌓기에 바빴다.
철옹성 같던 회사가 파산이라니.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한 후 망연자실해진 그녀는 자신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10년 동안 벌어 논 스탁이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딸은 그녀의 심정이 얼마나 곤고해졌으면 연락도 없던 자기에게까지 전화를 했겠느냐며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리먼브라더스에서 일하던 또 다른 한 친구는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와 몇 달 전 헤어지게 되어 괴로워하면서도 맨하튼에 새 아파트를 계약하고 새로운 각오로 새 출발하려고 했는데 직장마저 잃게 되어 그 아파트 계약도 이행할 수 없게 되었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그 친구 때문에 또 다시 가슴앓이 했다.
“돈 때문에 영혼까지 팔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돈 욕심에 금융위기의 주범인 모기지 상품의 등급을 고의로 상향평가 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고 한다. 덕분에 CEO들이야 많은 돈을 벌었겠지만 밑에서 열심히 일 만 하던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들도 얼마나 많을까?
들려오는 이야기에는 리먼브라더스에서 일하던 소수의 한인 크리스챤들이 모여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자신들이 물질의 종이 되어 영적 삶을 소홀히 했음을 회개하고 많이 울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대책 없이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람어로 재물이나 욕심을 나타내는 맘몬(Mammon)은 시리아의 옛 신으로 여겨진다. 물질적 풍요, 육체적 안락함, 최첨단 편리함 그리고 최고의 향락을 가능케 하는 맘몬은 세상 신이다. 물질의 소유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항상 얼마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극대화된 보수와 이익을 추구하며 외적 가치에 압도당하면 재물에 중독되어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늘 부족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
세상의 소유를 향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고자 하는 욕망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해 많은 사람들이 욕심 가득한 얼굴로 방향을 잃은 채 질주하고 있다. 이것을 강력하게 차단할 수 있는 길은 정지를 잃고 달리는 탐욕을 내려놓고 정신적이고 영적인 자유를 얻는 것이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한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든지, 한쪽을 귀중히 여기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같이 섬길 수 없다. No one can serve two masters, for either he will hate the one and love the other; or else he will be devoted to one and despise the other. You can’t serve both God and Mammon.” (마태복음 6:24)
2008/10/28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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