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 관해 신문에 났던 짤막한 기사이다. 불행한 가정사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던 20대 청년이 가정사를 들먹이는 선배를 살해한 뒤 사체를 잔인하게 버린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A 씨는 10대 초반에 아버지 사업의 부도로 부모의 이혼을 겪어야 했고 재혼한 아버지와 같이 살았다. A 씨의 친어머니는 식당 등지에서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았고 A 씨는 어머니의 이런 형편을 늘 안타까워했다. 성장하고 나서도 A 씨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A 씨는 10살 정도 많은 선배 B 씨를 알게 돼 친하게 지냈다. 그러던 중 B 씨가 불쑥 A 씨와 아버지의 성격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꺼내자 A 씨는 B 씨가 마시는 커피에 세척제를 탔고 B 씨는 구토 증세를 보이다 괜찮아졌다.
B 씨는 회사 세금 문제로 매입과 매출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A 씨에게 3천500만원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뒤 “아까 말한 것 때문에 화가 났느냐”면서 또 다시 A 씨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A 씨는 심한 모욕감을 느껴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을까?. 왜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만 중요한가?. 왜 그 말을 들을 사람의 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마구 쏟아내서 자신을 방어도 못한 채 멍청히 당하는 사람에게 그토록 심한 모욕감을 주는가?. 모두 자기의 관점으로 편협하게 보는 것이 다가 아닌 세상인데 말이다. 그 말의 파장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고려해보지도 않고 말이다.
“자기 입을 잘 지키는 사람은 생명을 보존하지만, 입술을 함부로 여는 사람은 망한다”. (시편 13:3)
어 떤 여자가 몹시 불쾌해 하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그 분은 남편이 다른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려 혼자 살며 두 자녀들을 아주 훌륭하게 키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처해진 불행한 상황을 탓하기 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정말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몇 명의 여자들이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여자가 느닷없이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건 아내의 잘못이라며 아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편이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울컥 쏟아지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는 것이다.
똑똑하고 야물찬 한 여자가 열심히 앞만 보고 살다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게되었다. 그런데 어느 모임이 있을 적마다 어떤 여자가 자신이 남편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고 사는지 모른다며 여자는 자고로 남편에게 여왕대우를 받고 살아야지 다른 사람들도 여왕대접을 한다며 떠벌인다고 한다. 자식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 앞에서 자기 자식자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혜 없는 사람은 자기 이웃을 비웃지만, 슬기로운 자는 자기 혀에 재갈을 물린다.” (잠언 11:12)
갑 자기 어린 자식을 잃어 젊은 부부가 몹시 슬퍼하고 있는데 남편의 먼 친척이 한국에서 자식들 방문차 미국에 오면서 그 집에 하루 머물게 되었다. 그녀는 환갑을 지낸 후 오랫동안 암으로 고생하다 얼마 전 저 세상으로 간 남편 이야기만 했다. 그가 돈도 벌만큼 벌었고 아직 오래 살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벌써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는지 믿기지 않는다며 자신의 처지만 길게 늘어 놓았다. 살아 생전 남편이 자신의 손발이 되어 너무나 잘해주었기 때문에 남편없이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자기를 두고 혼자 떠났냐며 계속 울먹이며 하소연했다.
“바보라도 침묵하면 지혜롭게 보이고, 입술을 다물면 지성인으로 여겨진다.” (잠언 17:28)
어 떤 사람이 미국에 와서 사진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수업시간에 흠 있는 옛 사진이나 간직하고 싶은 사진을 카메라로 다시 찍어서 현상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주위에 좋은 소재가 없나 살피다 자신이 잘 알던 어떤 사람의 조그만 흑백사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사진엔 그의 고등학교 시절 학생모자를 쓰고 찍은 40여년 전의 앳된 모습이 있었다.
그것을 크게 만들어 주면 아주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장 멋지게 현상해서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는 사진을 보자마자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이유인즉 자신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어렵고 비참했던지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것들은 모두 보기도 싫다는 것이었다.
“미련한 자는 자기 행동이 바르다고 여기지만, 지혜로운 자는 남의 조언을 귀담아듣는다.” (시편 12:15)
사 람은 누구나 남에게 노출되고 싶지 않은 민감한 부분이 있다. 사람에따라 성숙으로 잘 극복해서 그 어두운 방의 빗장을 풀고 활짝 열어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때를 기다린 채 굳게 걸어 잠글 수도 있다. 어릴 때 받았던 치유되지 않은 상처나 분노일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심한 열등감일 수도 있다. 이것은 사랑이 없으면 치유될 수 없는 것들이다.
사랑이 없는 모든 행동은 육에서 난 것이기 때문에 악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어떤 대상이든 사랑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사랑은 인격이다. 사랑은 끝없이 나보다 남을 배려하고, 들어주고, 위로하고, 감싸주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사랑은 약해진 무릎이나 허약한 육체도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입에 재갈을 물고 침묵하라.
2008/09/18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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