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사람 사디는 언젠가 아버지 옆에서, 집안 식구들이 깊이 잠들어 있는 동안 밤새도록 자지 않고 코란을 읽었을 때의 일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밤중이 되어, 나는 코란에서 눈을 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무도 기도를 드리고 있는 사람이 없고 코란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없습니다. 모두 죽은 것처럼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다. ‘너도 어서 가서 자도록 해라. 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바에는’ “
이 글은 톨스토이의 책에 인용된 글이다. 정말 잠도 자지 않고 매일 일찍 일어나서 새벽기도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담임목사가 교회를 비울 경우엔 교인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도 한다.
아 무도 알아주지 않는 조용한 골방기도는 절대 사절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을 때 눈도장이나 잘 찍어두자는 듯 남의 눈에 띌 때만 더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유난히 자신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 간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덮어씌우기도 하고, 장삿속으로 교묘하게 사기 치기도 한다.
어떤 여자 분들은 부엌에서 남이 할새라 허드레 일이란 일은 도맡아놓고 어렵지 않게 척척 잘하기도 한다. 언제나 남보다 앞장서서 교인들의 식사준비를 하고 주위를 깨끗이 청소해 놓는다.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 먼저 음식을 갖다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나중에 던지 듯이 갖다 놓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일도 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 놓으면서 남의 험담을 한다.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이다. 갑자기 암이 발견되어 입원하게 된 어느 남집사 때문에 몇몇 교인들과 함께 병원을 다녀온 어느 여집사는 요즈음 어느 여권사로부터 아침 일찍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평소 별로 대화가 없던 사이라 무엇 때문에 전화했는지 잠시 의아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픈 남집사에 대해 다짜고짜 물어보는 말에 너무 어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집사님이 지난 밤에 죽는 꿈을 꾸었는데 아직 죽지 않았느냐며 자신의 꿈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이 아주 정확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확신에 찬 말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쓰러질 뻔 하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암이라고 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이길래 그런 막 말을 한단 말인가?. 설령 의사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함께 살려달라고 합심해서 기도를 해야되지 않느냐고 해야 할 판에 멀건 대낮에 날벼락이지 어떻게 전화로 아직 죽지 않았냐는 말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종교적이 될 때에 가장 범하기 쉬운 일들이다. 그래서 성경에 이렇게 씌어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하더라도 내게 사랑이 없다면, 나는 울리는 종과 시끄러운 괭과리와 다를 게 없습니다. 내가 예언하는 선물을 받고,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헤아리고, 또 산을 옯길 만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내게 사랑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내 모든 재산을 나누어 주고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준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히 행동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쉽게 성내지 않습니다. 사랑은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소망하며, 모든 것을 견뎌 냅니다. 사랑은 영원합니다. 예언은 있다가도 없고, 방언도 있다가 그치며, 지식도 있다가 사라질 것입니다.’
따뜻한 가슴으로 하지 않고 차가운 머리로만 하는 모든 생각이나 행동은 악하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로 거침없이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꼿듯 뱉어버리면서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될 일인가?
톨스토이의 말처럼 ‘사상과 그 표현, 즉 언어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사상과 언어를 가지고 노는 것은 좋지 않다.’
사랑의 말은 타인을 세워주고 악한 말은 타인을 넘어뜨린다.
2007/10/07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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