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반쯤 되는 어느 여자 분(A)은 항상 건강에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점점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건강을 챙겨야겠다면서 얼마 전 없는 시간을 쪼개서 어느 단체에 참석하게 되었다.
여러 명이 함께 할 기회가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모임의 팀장과 A씨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소재로 삐그덕거리는 언쟁을 하게 되었다. 서로 자신의 말이 옳다고 하다가 모두 기분이 가라앉아 버렸다.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된 오후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로 몇 명이 한 차에 옮겨타면서 A씨도 함께하게 되었다.
평소 깔끔하고 평판이 좋은 A씨는 이런 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팀장과 언쟁을 했다는 것이 못내 마음이 걸렸고 자신은 누구하고도 다투지 않고 잘 어울리는 사람인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자존심이 몹시 상한 듯 했다. 그러면서 혼잣말처럼 “자봉틀로 내 입을 박았어야 했는데…”라며 몹시 후회하였다.
며칠 후 그 팀장은 또 다른 여자 분(B)과 가벼운 의견충돌이 있었는데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듯 팽팽이 맞서는 것이었다. B씨는 자신을 위한 증인이 4명이나 있다며 정말 확실하다고 하니까 “여기 또 A씨 같이 박박우기는 사람이 또 나왔네. A씨 처럼 자봉틀로 입을 박고 싶어서 그러느냐?”고 으름장을 놓았다. 팀장은 A씨가 저녁에 집에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기가 잘못한 것 같아 자신에게 전화했다며 자기 입을 자봉틀로 박아야겠다고 했다면서 여럿 있는 자리에서 대여섯 번 A씨의 실명을 대며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두 자리에 다 있게 되었던 C씨는 그렇게 공개적으로 다른 사람의 실명을 거론하면서까지 자신이 옳다고 해야하는지 어안이 벙벙해졌다. 적어도 팀장이면 설사 회원들이 잘못을 했더라도 어우러주어 화목하게 이끌어야 하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 일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멋대로 실추시켜도 되는지 너무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A씨가 팀장에게 전화로 그렇게 이야기할리가 없다는 생각에 그 날 저녁 C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러 사람 있는 자리에서 팀장이 말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게 사실이냐고. 그랬더니 자신이 언제 전화했느냐며 펄쩍뛰는 것이었다. A씨는 곰곰히 생각해보고 그 날 그 자리에 있던 한 분이 팀장과 친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분이 팀장에게 왜곡되게 소식을 전한게 분명하다며 분해서 어쩔줄 몰라 했다.
C씨는 팀장의 변장된 분노를 보며 자신의 말에 거스리면 어느 누구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심리 상태를 그와 일치시켜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자신의 감정적 분함을 적당히 조율하여 자기 합리화 작업을 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격이나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참견하는 것은 조금의 주저나 막힘이 없으면서 자신에 대한 참견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하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와 사람들이 자기를 존중해 주는가에 대해선 유별난 관심을 가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격은 개의치 않는 사람이라면 어느 모임이나 단체를 리드하려고 해선 안된다. 안에서의 분쟁을 막느라 앞으로 가야 할 길도 제대로 갈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팀장은 다른 사람의 말은 많이 들어주고 자신은 되도록 적게 말해야 한다.
2007/07/05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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