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저자인 레오 버스카글리아가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글이다.  <인간정신 의학지>에 85세 된 노인이 죽기 전에 깨달은 사실을 쓴 것으로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내 가 만일 내 인생을 다시 살게 된다면 나는 그때엔 보다 많은 실수를 저지르겠다.  결코 완전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더욱더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전보다 더욱 여유를 가지고 살 것이다.  지난 생활보다 조금 멍청한 듯하게 살겠다.  사실 세상은 심각해야 할 일이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뭔가에 열중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위생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보다 많은 기회를 잡을 것이고 여행도, 등산도 또한 수영도 많이 할 것이며, 석양도 자주 볼 것이고, 가보지 못한 곳도 열심히 찾아다닐 것이다.  아이스크림도 더 많이 먹어 볼 것이며 콩은 조금밖에 먹지 않을 것이다.

나는 보다 실질적 고난을 마다 않을 것이며 예상하는 고난을 줄일 것이다. 나는 아주 위생적이고 건전하며 상식적인 매시간 매일을 보낸 사람이었다.  만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 때는 정말 나의 순간들을 갖겠다.

나는 그저 아름답고 멋있는 순간만을 갖기로 하겠다. 나는 어디로 가든 체온계와 보온병 그릇과 치약과 레인코트, 파라슈트 없이는 못가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다음에는 홀 몸으로 아무런 부담감 없이 훌쩍 떠날 것이다.

다 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는 봄부터 가을까지 맨발로 돌아다닐 것이다.  회전목마도 더 많이 타보고 해돋이도 더 자주보고 어린이들과 더욱더 많이 어울리겠다.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허망한 꿈이다.

***

어 느 날인가 동네 근처 주유소에 들러 개스를 넣으려고 하는데 녹색계열의 체크무늬 상의에 녹색 바지로 잘차려 입은 늘씬한 중년남자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서 있었다.  그의 차도 고급스러웠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우아한 분위기는 여늬 사람들과 확연히 달라보였다.  아마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나  나옴직한 분위기였다.

잠시후 주유가 끝난  그는 한쪽 손에서 뭔가 흝어내리는 것 같았다.  처음보는 광경이라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날이 좀 쌀쌀해서 장갑을 끼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연미색 고무장갑을 벗더니 그것을 마치 자신의 깨끗한 손에 무슨 더러운 곰팡이라도 붙을 듯 손끝으로 치켜들더니 근처 휴지통에 버리는 것이었다.

언젠가  바퀴가 달린 작은 가방을 끌고 어느 집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집의 여자는 내가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더니 온통 신경을 바퀴에다 쏟았고 행여 바닥이 조금이라도 더러워질까봐  몹시 안절부절하는 것 같았다.   얼른 한손으로 들고 구석에 얌전히 놓았다.  응접실 소파에 앉으려니  황급히 그곳에 앉지 말라고 손사래 지면서 식당의 간이의자를 슬그머니 끌어당겼다.

일일이 참견해야 직성이 풀리고, 매일 쓸고, 닦고, 먼지털고,  완벽하게 깨끗하기 위해서 인생이 얼마나 고달프겠는가?   자신이 정한 규칙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펄펄 뛰면서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려 들고 그런 일로 온통 시간을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귀하다.

차 라리 떨어진 낙엽들을 온통 집 안에 모아 놓고 털썩 주저앉아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게 훨씬 나을 것이다.  빼꼼히 열린 창문으로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이 온통 낙엽을 흝날려 딩굴게 하여도 느긋하게 앉아 음악을 들으며 따끈한 차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읽는것도 나쁘지 않을게다.

맨발로 잔디를 밟고, 해변의 모래위를 걸으며, 힘차게 솟아오르는 태양과 지는 노을이 부드럽게 휘감는 자연을 느껴보리다.  또한 숲속 고요한 호반에 아침 햇살이 반사되어 아롱대는 영롱한 황홀함에 눈부신 눈물도 흘려보리라.

흐 르는 시냇물이나 가는 나무가지 끝에도,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으로 익어버린 수목 사이에도, 붉게 물들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는 골짜기에도, 온 세상이 흰눈으로 뒤덮힌 들판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경이로움으로 인생을 수놓으리라.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것이다.  상처로 응어리져서 용서 못하는 편협함을 선으로 가장하지 않고 신께 기도하리라. 나의 연약함과 실수를 용서해달라고,,,

훌쩍 긴 여행을 떠나 미지의 세계를 더 많이 볼 것이다.  그리고 내 생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여행길에 나서더라도 조금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이렇게 말하리라.

해야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였노라고…
그리고 완벽하진 않았지만 진정한 삶을 살았노라고…

2007/04/05
윤명희

 


532 total views, 1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