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흘도 넘었는데 아직도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 도대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기분이다. 뉴욕에서 제일 큰 교회를 이룩한 이영희 목사가 자신의 교인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제7계명을 어겼다고 고백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를 잘 알지도 못하고 간혹 방송에서 들었으며 그 교회에서 몇번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을 뿐이다.
혹 맨하탄에 볼 일이 생겨 롱아일랜드 기차에 몸을 실고 창에 기댄채 밖을 내다보노라면 기차가 맨하탄 지하로 접근하기 전 뉴욕장로교회의 커다란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럴 때면 30년이 다 되도록 저런 대형교회로 성장하면서 얼마나 눈물의 기도와 수고가 있었을까 생각하며 가슴이 절여오기도 하였다.
오래 전 나의 초등학생 시절 우리 집에서 어느 젋은 여인이 아이를 낳게 되었다. 기도원에 갔다가 밤에 목사에게 강간 당한 후 임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앙 양심상 도저히 생명을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딱한 처녀를 우리 동네에 신앙심이 두터운 여전도사님이 자기 집으로 데려다 아이를 낳을 때까지 돌보아주었던 것이다.
조산원이었던 엄마에게 미리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돈도 없고 불쌍한 처녀이니 도와달라고 해서 엄마가 모든 것을 무료로 돌봐주기로 한 것이다. 그 당시만해도 병원에서 출산하는 경우보다 집으로 초청해서 출산하는 일이 흔한 때였다. 내 기억으로는 우리 집에서 아이를 분만하는 것을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때 난생 처음으로 출산의 고통소리를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잘 생긴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낳았다. 우렁찬 아이의 울음소리에 이어 아기엄마의 애끓는 울음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때 어린 나이였지만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 아이는 어느 자식을 낳지 못하는 집에 그 때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구녁바지로 넣어 보내졌다. 지금 아기엄마의 얼굴 모습은 떠오르지 않지만 젖을 먹일 수 없다며 부푼 젖가슴을 가재천으로 둘둘 감고 눈물을 펑펑 쏟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
부흥목사였던 그는 아이를 낳기 전 아내와 함께 찾아와 이 일을 누설치 말고 한번만 용서해 달라면서 애걸복걸 했다. 그럴 경우 일어날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고 자신은 목회를 더 이상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밀로 덮어두기로 한 그 녀의 약속을 받고 아내와 함께 돌아간 그는 계속 목회하였다. 그 녀는 일생 결혼하지 않고 신학교에서 공부한 후 전도사가 되겠다고 했다. 그 고통 중에도 신실한 중년 여전도사의 희생적인 기도와 사랑이 많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한 부흥목사의 일화가 있다. 기도원에서 부흥집회를 끝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방으로 돌아와 다음 설교준비로 묵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늦은 밤중에 밖으로부터 간드러진 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는 것이다. “목사니 ~ 임” 하며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사탄마귀야 썩 물러가라며 냅다 밀쳐 마당에 나동그라지게 했더니 꼬리야 나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쳐서 달아나더란다.
목회자 상담을 하는 어느 목사의 글을 읽었다. 그는 목회자의 도덕적 실패는 많은 경우 그 목회자가 가진 순수하고 의미 있는 동기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그런 순수한 동기가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고 스스로 그 것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부도덕한 성적인 관계를 맺는 목회자들은 심각한 성격 결함을 가진 사람들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과신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목회자 자신이 지나치게 자신감이 없는 경우도 있고, 건강한 가정과 목회를 하고 있으면서도 성적 유혹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동정심이 연민으로, 연민이 성적 충동으로 바뀌기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목회자가 성적인 매력을 가진 여성을 상대할 때는 경계의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 일어 나지만, 성적인 매력이 없을 만한 여성의 경우에 목회자 스스로 경계의 수위를 낮추기 때문에 오히려 성적 충동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는 ‘은밀한 감정은 메마른 것이다’ 라고 표현했다. 목사들의 과다한 스트레스가 아내와 따뜻한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루종일 아내의 얼굴을 마주 볼 시간도 없이 교인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때 부부의 민감한 감정을 공유하기 어렵다. 둘 만의 감정이 메마르게 되면 비인격적인 관계가 되어버릴 수 있다.
잘 아는 어느 권사님은 이번 일은 밝혀진 죄인일 뿐이지 안 밝혀진 죄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느냐고 한다.
지금은 기도할 때다.
2007/04/01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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