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오 화창한 날 오랫만에 남부 맨하탄에서 오래 된 분들을 만났다.  물가를 스치며 불어오는 살을 에이는 듯 한 바람에 온 몸이 움츠러드는 매서운 날씨여서 가지 말까 망설이기도 했으나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과의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 옷을 따뜻하게 입고 집을 나섰다.

생소한 약속 장소여서 가까스로 찾아가느라 약간  늦게 도착했다.  그렇게 좋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러 분들이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조용히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나는 그저 미안한 웃음을 띄고 한 구석에 조용히 앉았다.

식당 안의 따뜻한 온기에 안도의 숨을 돌리고 난 후 급히 테이블을 찾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주위를 한 번 죽 훍어보았다. 밖에서 볼 때 이 식당은 은빛 메탈과 유리로 지어진 현대식 오피스 같아서 이 곳에 식당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겉에 식당 이름도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쉽게 생겼다.

보통 맨하탄 식당이라면 밖에 큼직하게 씌어진 식당 이름과 아름다운 장식문이 달린 분위기를 생각했다면 누구나 찾기 힘들게 생겼다. 맨하탄식 실내장식 잡지에서 볼 수 있는 넓고 단조롭고 깨끗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식당이었다.

밝은 색 매화꽃이 활짝 핀 가지들이 커다란 두 개의 흰 도자기 병에 풍성하게 꽂혀 있었고, 양철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등들이 옅은 회색과 흰색의 분위기에 잘 어울려 현대 감각이 물씬 풍기게 했다.

식 당 한 모퉁이에는  짙은 회색빛 양철로 만들어진 커다란 등이 적당히 내려온 둥근 테이블에 삼면이 천연색 면 커튼으로 반쯤 쳐진 창문을 끼고 의자가  둥글게 연결되어 있었다.  한 쪽 면만 따로 의자가 몇 개 더 첨가되어 있어서 늦게 온 나는 가장자리에 있는 한 의자를 끌어당겨 앉게 된 것이다.

밖은 매섭게 춥지만 한 낮의 태양 빛은 둥근 테이블 위에 마냥 쏟아져 내렸다.  부드럽게 둥글려진 네모난 흰 자기그릇에 담긴 예쁜 음식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유난히 밝은 햇살에 주름진 모습들이  적나라게 드러나 보였다.  그새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우리가 만났던 장소들은 적당히 어두워서 별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그런데 바로 내 앞에 앉은 분들의 얼굴에 그새 느끼지 못했던 주름들이 더욱 눈에 띄었다.  어머, 그렇게 발랄하고 생기가 넘쳐서 도대체 안 늙을 것만 같았는데 어느새 그렇게 눈가에 곱게 주름이 졌담.  나도 놀랐다.  아!  피할 수 없는 세월이여…

얼마 전 이야기를 나누었던 한 분이 생각난다.  “난 전혀  늙을 것 같지 않았는데 요즘엔 내가 정말 늙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아한 그 분은 63세를 향하고 있었다.  그 곱던 얼굴선이 약간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죠 지 부시 미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80회 생일기념으로 3900m 상공에서 낙하산 점프를 한 뒤 “인생은 80세부터다. TV만 보지말고 밖으로 나가라.  이 나이에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 라고 했다.

사 람의 평균연령이 자꾸 높아져가서 이제 활동적인 80대도 많이 본다.  100살도 자신있다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과학자들은 지난 200년간 인간의 수명이 2배 이상 연장됐다고 한다.  이젠 150살 까지 장수를 누릴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외국 의학자들의 연구결과와 각종 문헌을 인용해 건강한 노년을 위한 14가지 생활습관을 소개한 부산대학교 외과대학 김돈균 명예교수의 말도 들어보자.

1.        역기와 아령을 이용한 운동
2.        걷기
3.        금연
4.        다양한 영양분 섭취
5.        비타민 보충
6.        저지방 식단
7.        적당한 수면
8.        꾸준한 두뇌자극
9.        음악감상
10.        신앙생활
11.        봉사활동
12.        애완동물 키우기
13.        긍정적인 사고
14.        원만한 사회생활

육 칠십세는 아직 늦청년이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이 구구 팔팔 이삼사라는 것이다.  그 뜻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 아무리 장수하면 뭘하나?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부터 건강에 좋은 것은 다 실천해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2007/02/16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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