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6살 때까지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거의 다 배운다고도 한다. 그렇듯이 어릴 때 자라난 환경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을 제 공한다. 빈 백지엔 어떤 그림도 그릴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아이들이 정작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의 부모나 환경에 따라 그 위에 그려진 그림들은 무한정 달라질 수 있다.

문제아는 문제부모를 가지고 있듯이 병든 아이들 뒤에는 반드시 병든 부모가 있게 마련이다. 불완전한 부모가 불완전한 가정과 환경을 만들면서 또 다른 불완전한 인간을 만들게 된다. 부모의 삶은 아이의 거울이다.  부모를 존경하든 미워하든 부모의 정신적 구속에서 일생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이들은 자기 부모와 다른 아이들의 부모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어서 부모의 행동을 현실성 있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부모가 나쁜 아이고 바보라고 하는 말을 늘 듣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나쁜 사람이고 바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저것들만 없었으면 차라리 좋았을거라는 말을 듣고 자랐으면 자신은 쓸모없는 인간이라 생각하고 정서적 불안을 갖게 되며, 사랑없이 자란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 중 어머니의 영향을 더 받는 것 같다. 성장하는 아이들이 밖에서 온 종일 뛰어 놀다가도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반겨줄 포근한 엄마 품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는 못 해줄망정 걸핏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면 그 아이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고 그런 불안정한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성인이 되어도 제대로 역활을 못하는 어른아이가 되고 만다.

실 제로 주위에 어렸을 때 어머니가 걸핏하면 죽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을 듣고 자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학교에 있을 때에도 혹시 어머니가 죽지나 않을까 항상 불안해서 먼 길을 뛰어서 집에 돌아오곤 했다고 한다. 그가 커서 성인이 되어 결혼한 후에도 어머니의 정신적 구속에 억압되어 편협해지고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며 아내를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경우를 보았다. 얼룩진 어린시절로 인해 독립된 한 인격체로 성장되지 못해 왜곡된 정서적 갈등으로 나타나 그 부모를 떠나 한 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녀 인생을 속박하는 부모가 결혼 초에 그 어머니는 아직 젊었음에도 아들부부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오래 살지 모르니까 장례식에 쓸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그의 성장과정을 잘 알지 못했던 아내는 너무 놀랐다고 한다.  한번은 성숙한 남편인 줄 알았다가 “아내는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가 더 중하다”고 큰 소리로 거침없이 뱉는 말을 듣고 거의 쓰러질 뻔 했다고 한다.

자기의 삶이 없는 어머니들이 오로지 자식에게만 인생을 걸었기 때문에 자식을 현실에서 홀로 강하게 설 수 있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기르지 못한다.  부모가 자식을 놔주지 않고 자신에게 종속시켜 자식의 성장을 방해하는 한, 자식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자녀로 키울 수 없다.  부모와 자식 관계는 활과 화살의 관계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놓아야 자녀들이 힘차게 앞으로 날아갈 수 있다.

스캇 펙 (Scott Peck)은 그의 저서 <끝나지 않은 여행, The Unending Journey>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생의 초기에 배우고 성장하기를 그만둔 사람들 그리고 변화하기를 그만두고 고정되어 버린 사람들은 종종 소위 ‘제2의 유년기’에 빠진다. 이 사람들은 불평을 하게 되고 지나친 요구를 하게 되며 매사에 자기중심적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첫번째 유년기를 벗어나지 못해 의식 아래에 잠재해 있던 감정적인 유아성이 드러나면서 성인기를 가리고 있던 겉치장이 닳아 얇아진 것이다.

겉으로는 어른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어른의 옷을 걸치고 활보하는 감정적인 아이들이다” ‘신경증 환자들은 자기 자신을 못살게 굴고, 성격장애자들은 자기 이외의 사람들을 모두 못살게 군다’고 한다. 성격장애의 부모들이 제일 못살게 구는 상대가 바로 그들의 아이들이 될 때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부모 의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학교나 다른 아이들 때문이라고 하거나 심지어 자식들에게 책임전가를 하면서 “너희들만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껄…” 또는 “모든게 다 너희들 때문이다.”라든지, “내가 이혼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너희들 때문이야.”라고 한다 .  언젠가 자녀 망가뜨리는 십계명을 읽은 적이 있다.

 

자녀 망가뜨리는 첩경

1. 항상 명령 투의 큰 소리로 말한다.-자녀들의 성격은 성급하고 포악해질 것이다.
2. 남과 비교해 말한다. –평생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이다.
3. 달라는 것은 덮어놓고 모두 주어라.-가난한 인생을 보낼 것이다.
4. 남들 앞에서 망신을 주며 잘못을 지적하라. –마음에 증오를 품을 것이다.
5. 약속을 자주 어겨라. –신의 없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6. 말꼬리를 물고 늘어져 백기를 들게 만들라. –그 날부터 대화를 중단 할 것이다.
7. 언제나 변명으로 일관하라. –자녀의 자존심은 망가질 것이다.
8. 자녀 앞에서 돈 걱정을 많이 하고 세상을 원망하라. – 비관적 인생관을 갖게 될 것이다.
9. 자녀의 말은 철저히 무시하라. –퉁명스런 사람이 될 것이다.
10. 자녀에게 너무 많은 신경을 쓰거나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이를 사랑하지 말고 이해하라.’는 말이 있다. 물질의 유무보다 이해의 대화로 자신감과 꿈을 심어 주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며 살도록 희망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성숙한 부모가 양질의 밑걸음이 되어주면 자녀들은 기름진 대지를 뚫고 푸르른 잎을 힘차게 뻣으며 화려한 봄의 가능성을 덧입고 미래를 향하여 무한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2004/04/01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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