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줄리언 제인스 박사는 ‘이원적 정신구조의 붕괴와 의식의 기원’(The Origin of consciousness in the Breakdown of the Bicameral Mind)이라는 책에서 ‘분활뇌의 생리학’이라는 흥미로운 과학 분야를 설명하고 있다.  즉 뇌는 2개로 나누어져 왼쪽 뇌와 오른쪽 뇌로 분리되어 있는데 뇌의 두 반구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른쪽 뇌는 음악을 감상하거나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활동과 관련이 있고, 형태나 무늬를 인식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오른쪽 뇌를 손상당한 화가는 예술적 재능을 모두 잃어버렸고 어떤 사람은 클로버 잎조차 그릴 수 없어서 그가 그려 놓은 것을 보면 3개의 잎이 나란히 같은 선상에 있었다는 것이다.

왼쪽 뇌는 언어 기능이라든지 논리나 이성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세탁물 목록을 만들거나 십자퍼즐 풀이를 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왼쪽 뇌가 손상되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데, 화가는 말만 제대로 못할 뿐 여전히 훌륭한 화가였다는 것이다.  또한 오른쪽 뇌가 손상된 연설가는 클로버 잎은 그릴 수 없어도 전처럼 웅변으로 청중을 감동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요약하면 왼쪽 뇌는 과학자, 오른쪽 뇌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과학자라며, 그러나 감성적인 예술가는 음지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깊은 이완 상태 속에 들어가거나 영감이 번뜩일 때를 제외하고는 우리는 그 존재를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경이나 고대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주인공들이 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는데, 인간이 내적 자아가 생기면서 자신의 주관이 서게되어 신의 목소리가 단절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왼쪽 뇌에 사로잡히게 되어 주관성이 존재하게 되면서 신이 사라져버리게 된 것이다.

이런 정신적인 변화는 기원 전 3천년 경부터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하였는데 제일 먼저 기원 전 1230년 경에 메소포타미아에서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시리아의 조각물들에서 찔러 죽이는 형벌을 받는 남녀나 목이 잘려나간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발견되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신의 목소리를 듣는 기능은 사람의 오른쪽 뇌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았다.  오른쪽 뇌와의 접촉상실로 인하여 신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느껴왔던 아늑함이 사라지고, 소외된 인간으로 탈바꿈되어 스트레스나 신경과로가 생기면서 인간 역사에 잔인성이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잃어버린 두뇌의 반쪽을 채우기 위하여 점점 더 효과적으로 이성을 이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문명의 발달을 가져왔지만 사람들은 더욱 소외되고 매말라져서 자신과도 단절되어버려 생각과 마음의 괴리가 점점 더 깊어진 것이다.

이성적 사고를 하는 ‘나’는 시대에 뒤질새라 조바심을 내며 여러 과학적인 근거로 남들보다 앞서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옆도 쳐다보지 않은 채 나의 논리만 주장하며 달리게 한다.  그 결과 얻게 되는 것은 ‘잃어버린 나’ 뿐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를 찾으러 엉뚱한 곳을 헤메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분주한 곳에 가 보기도 하고, 정신을 잃을만큼 화려하게 번쩍거리고 황홀한 곳이나, 고막이 터질만큼 시끄럽고 소란한 곳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여전히 허무한 ‘나’일 뿐이다.

종교마저도 접촉상실 된 오른쪽 뇌의 회복은 커녕 물신주의에 편승해서 집단과 개인의 재력증대와 세속적 가치추구를 외치고, 정치까지 들어와 이념논쟁으로 끝없는 잡음을 일으키며, 각종 최첨단 과학의 이기로 무장하고, 세습에다 편 가르기를 하고, 돈이 난무하는 선거운동과 각종 비리가 넘쳐나 도덕적 수준이 상실된지 오래이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다” 라고 씌어 있는데 하나님의 비밀을 가지는 오른쪽 뇌의 활동은 커녕 이성적인 논리로 무장된 왼쪽 뇌의 왕성한 활동으로 남의 생각은 무시하고 큰 소리 치는 사람이 이기는 양, 천사로 가장된 변명으로 귀를 막은 채 제 소리만 지른다.

영적 돌파구가 없어 오른쪽 두뇌를 상실한 채 살고 있지나 않은지?.  주위의 소란으로부터 탈출하여 자연을 벗 삼고 오른쪽 뇌를 자극해서 죽음에 이른 신성을 흔들어 깨워 선하고, 아름답고,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고, 청빈하고, 검소의 덕을 높이며, 헌신하고, 나눔의 삶을 행하려고 노력하는 조화와 균형잡힌 소외되지 않은 ‘나’를 찾아야 한다.

그런 나도 역시 오른쪽 뇌가 정상가동 되도록 참된 ‘나’를 찾아 긴~ 여행을 떠나야겠다.

2003/06/03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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