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는 북으로는 눈 덮힌 아름다운 알프스 정상을 끼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맞대고 있고 아름답게 뻗은 남쪽으로 가다보면 중부에 수도인 로마가 응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거기서 서쪽으로 바라보면 바다에 싸르디니아라는 섬이 있고 다시 남쪽으로 한참 내려가면 곧 채일 듯 장화코에서 조금 떨어진, 그리 잘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의 섬, 시실리아가 오롯이 떠있다.

이탈리아인 하면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약간 키가 작고 통통하게 생겼다는 선입관을 가졌다가 북부 이탈리아에 가서 놀랐던 적이 있다.  보통 우리가 이탈리아 하면 시실리아의 마피아들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북부 이탈리아지역에 사는 이탈리아인들은 푸른 눈에 금발인 흰 피부를 가졌고 부유한 산업지역이라 생활이 윤택하다.  반면 남부 이탈리아는 농업중심인 가난한 지역이라 실업율이 높고 많은 지역을 범죄조직이 장악하고 있어 유럽에서도 가장 뒤쳐진 지역에 속하기도 하다.

세계 어디를 다녀보아도 이탈리아만큼 그런 독특한 매력을 가진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려쌓여 있기 때문에 경치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날씨도 너무 좋아 과일과 채소 그리고 해산물이 풍부해서 이탈리안 요리는 기가 막히게 입맛을 돋구어 준다.  그들의 언어는 모음으로 형성되어 있어 노래를 부르면 말할 수 없이 부드럽고 아름답다.

로마가 유럽을 지배하면서 남긴 유적들을 유럽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그 중 잘 만들어져 2천년도 더 넘었는데도 여전히 잘 보존되어져서 지금도 그 당시의 발달된 문명과 화려함을 찿아 볼 수 있다.  수로와 배수시설, 도로와 다리, 욕실과 화장실 문화, 경기장 그리고 찬란했던 예술과 견고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타인의 추종을 불허한다.

얼마전 잘 만들어진 영화 검투사(Gladiator)에서도 묘사되었듯이 로마사람들은 일찌기 웅장한 스타디움을 짓고 그곳에서 경기를 보는 것을 즐기던 민족이다.  물론 말 뿐인 공화정치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그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고 돌리려고 한 무능한 정부의 정략적인 노림수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언젠가 파리에서 프랑스 남부를 지나 모나코를 거쳐 로마까지 지중해 연안을 끼고 돈 적이 있다.  로마가 유럽을 침공할 때 사용했다던 도로인 아우렐리아(via Aurelia)를 달리며 깊은 감회에 젖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그대로 쓸 수 있는 도로시설이며 뻣쳐 올라가던  윗부분이 아름답게 펴져 독특한 모양을 한 오래된 가로수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탈리아는 잘 발달된 도로망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 중요한 도로를 세개 꼽을 수 있겠다.  로마를 중심으로 첫째는 북쪽으로 뻗은 아우렐리아 길이고 둘째는 중부를 가르는 훌라미니아(via Flaminia) 길이고 세째는 그 유명한 아피아(via Appia) 길이다.

이 아피아는 특히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을 환영하던 길로 유명하다.  수십만의 환영인파에 둘러싸여 말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손을 흔들며 황제에게 나아가서 최고의 영예를 얻고 국민의 영웅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 이탈리아와 16강 경기에서 전반전엔 밀리는 듯 하더니 종반에 가까이 올수록 힘을 받아 열기를 냈다.  결국 연장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둠으로 이탈리아를 넘어 8강을 향하게 되었다.  한국이 로마를 정복하면서 개선장군이 되어 아피아 길을 지나게 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소리 높여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두팔 벌려 환호했다.

경기가 있었던 하루 전날에도 연습에 몰두했어야 했는데 히딩크 감독은 그날 스페인 경기를 관람하러 갔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얼마나 야속한 생각이 들었을까 싶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할 줄 아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자가 진정한 지도자다.  그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흔들림 없이 적극적인 추진력을 가지고 일관된 예측을 할 줄 아는 위대한 지도자였다.

‘히딩크를 대통령으로!’ 라는 구호가 그리 어색하지 않게 들리는 것은 이미 세계가 하나로 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모나리자의 미소를 머금으며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아! 아! 우리에게 승리여 다시오라!  4강을 넘어 챔피언이 될 때까지!

2002/6/20
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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