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독신 교사 정봉숙씨… 암으로 숨지기 前 뜻 밝혀… 연세대 7억5000만원 기부

지난 2월 중순 연세대학교 대외협력팀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누님이 평생 모은 재산을 연세대에 기부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지금 건강이 좋지 않아 제가 대신 방법을 물어보는 겁니다.”

며칠 뒤 정봉숙(76)씨와 정씨의 남동생 부부가 학교로 찾아왔다. 두꺼운 코트를 입은 정씨는 “금액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내놓겠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기부를 약정했다. 학교측이 알아보니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정씨 아파트의 가격은 7억5000만원 정도였다. 학교 관계자는 “한 번에 이렇게 큰돈을 기부하는 건 흔한 일도 쉬운 일도 아니어서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9일 오후 4시 서울 연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정봉숙(사진 왼쪽)씨 빈소에서 연세대 이상조 행정대외부총장, 김한중 총장, 한광희 대외협력처장(오른쪽부터)이 조문을 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난 정씨는 초·중·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나왔다. 그러다가 6·25 전쟁을 피해 대구로 갔다가 경북대 사범대를 다녔다. 역사교육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 40년을 중학교 교단에 섰다. 정씨에게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하나씩 있었고, 일찍 세상을 떠난 부모를 대신해 그가 동생들을 뒷바라지했다. 살림은 늘 어려웠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온 정씨는 평소에 “내가 가진 재산은 나중에 내 동생들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는 데 써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씨는 지난해 8월 복부의 심한 통증 때문에 병원에 갔었다. 췌장암이었다.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말에 서둘러 기부를 약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교회를 오래 다닌 그는 연세대를 선택했다. 남동생은 “누님이 평소 얘기대로 대학에 기부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가족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정씨는 연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연세대 김한중 총장은 “돌아가신 분의 귀한 뜻에 감동받았다”며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대외협력팀 엄태진 부국장은 “기부금은 고인의 뜻대로 성실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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