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흘러
어느덧 이 해도 가을이 깊어가고 있네

설악산엔 벌써 본격적으로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만
이젠 가슴만 설레일뿐 등산채비를 할 용기가
쉽게 나지가 않네그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나라고 예외가 될 수야 있으랴.

메일소통으로 이심전심 상호 안부는
짐작은 하고 있네만 그 간도 최군 내외는
잘 계시는가.

그런데, 또 귀한 선물을 보내셨네그려…….
받는 나야 무척이나 좋다만
최군 자네의 이 지극한 정성과 고마움에 내가 어떻게
보답할 길이 있겠는가.

어제와 아래는 무슨 일이 있어 늦게 귀가를 했네.
아래 저녁엔 귀가 즉시 택배물을 확인하고 자네 한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가 되지를 않아 그냥 지나갔고

어제도 늦게 돌아왔는데, 8일짜로 19개월이 된 손자 보느라
정신없이 지나갔고, 오늘 아침에야 일어나 이렇게
메일로 우선 잘 받았다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바일세.

손자 녀석이 깨면 이렇게 앉아 노닥거릴 수가 없는 지경일세
애비 애미가 볼일이 있어 어제 처음으로 우리한테 맡겨놓았는데
밤에 잠이나 잘 잘까 은근히 우리 내외는 걱정을 했다만
보채지도 않고 잠을 어찌나 예쁘게 잘 자는지 한시름 놓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보낸 첫 밤이 성공이라 기특하기 이를 데 없네.

요새 노인네들 손자 자랑할 때면 돈 내고 한다더라만
돈이 아무리 들어간들 귀여운 손자 자랑에 드는 그런 돈이 아까울까.
이런 커다란 행복은 노년이 아니면 결코 맛볼 수 없는 행복일세.

굳이 하는 일도 없으면서 이래저래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네.
내 한 평생에서 요즘처럼 이렇게 커다란 자유와 행복을 만끽해본 적은
일찍이 없었네. 그러니 열심히 성실히 젊음을 살면 누구라도
노년의 행복을 기대해도 좋으리라는 말을 감히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게 나의 심정일세.

최군 자네 내외의 일상이야 말로 타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믿어 의심치 않고 늘 든든한 마음일세.

거듭 고맙다는 인사말부터 우선 전하네.
막 손자 녀석이 일어나 어디 나가자고 내 팔을 잡아 끄는 바람에
급히 두서도 없이 여기서 끝을 맺어야 겠네.
즐겁고 힘찬 하루 되길 기원하네.

不備禮

2010. 10. 09. 아침/  김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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