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지난 7일 ‘행복전도사’ 최윤희 씨가 LUPUS(전신홍반성난창)으로 고통을 겪다가 남편과 동반자살해서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저는 언젠가 TV 아침 프로에서 흘깃 그 분을 보면서 “얼굴에 그늘이 가득 한 사람이 행복에 대해 얘기하네”하고 의아해한 적이 있는데 결국 가지 않아야 갈 길을 가버렸더군요.

루푸스는 ‘전신홍반성난창’이라는 어려운 이름을 갖고 있는 자가 면역질환입니다. 온몸에서 염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사람마다 하도 증세가 천차만별이어서 ‘천 가지 얼굴의 병’으로 불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인 정미홍 씨가 이 병에 걸린 뒤 환우회를 조직하고 사회적으로 이 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지요. 저도 기자시절 정 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는 마침내 이 병을 극복해서 지금은 15년 간 복용하던 약도 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루푸스 연구의 세계적 대가인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원장에 따르면 루푸스 환자 중 상당수에게 우울증이 올 수가 있고 아마 최 씨도 우울증을 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거꾸로 성격이나 마음가짐이 루푸스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루푸스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해서 생기는데 아무리 예후가 나빠 보여도 환자가 무던하고 긍정적이면 잘 치료된다고 합니다. 반면 성격이 소극적이고 불안한 사람은 치료와 중단을 되풀이하면서 증세가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배 원장은 몇 년 전 그런 점에 주목해서 미국 조엘 오스틴 목사의 역저 《긍정의 힘》을 사서 환자들에게 돌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환자로부터 선교 활동한다고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행복전도사’가 자신의 행복을 잘 챙기지 못했으니 행복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하버드대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행복의 조건》은 수 백 명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참 좋은 책입니다. 이에 따르면 삶의 황혼기에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첫째 조건은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였고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 등이 행복의 조건으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50세 때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노년의 건강한 삶과 별 관계가 없었습니다. 어릴적 성격이나 사회적응력, 지적인 뛰어남도 행복한 삶과는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반면 47세 즈음의 인간관계는 고통에 대한 방어기제를 제외한 어떤 변수보다 행복한 삶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형제자매 간의 우애는 행복한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젊었을 때의 규칙적 운동이 노년의 신체적 건강보다 정신적 건강에 훨씬 더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입니다. 거꾸로 중장년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 가운데 70% 이상이 63세 이전에 사망하거나 만성병을 앓았다고 합니다.

주말 코메디닷컴에도 행복에 관한 대규모 조사결과가 소개됐습니다. 호주 맬버른대학교 브루스 헤디 교수팀이 25년 동안 6만 명을 조사했더니 아래와 같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혼을 잘 해야 한다. 배우자가 신경질적 성격일수록 덜 행복하다.
△남을 아끼고 배려하는 행동을 자주 할수록 행복해진다.
△물질적인 성공이나 직업의 성취에 집착하는 사람은 행복감이 지속되는 시간이 짧다.
△종교 활동을 열심히 하면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다.
△여성에게 체중은 행복의 조건이었다. 살이 찔수록 행복도가 낮았다.

정말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러나 많은 사람이 행복과 상관없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 행복한 삶을 위해 오늘 한 걸음이라도 디디시기를!  행복은 그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행복도 준비하는 사람에게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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