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퍅하다니 무슨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인가.
좋은 지적일세. 고맙네. 너무도 고맙네.
앞으로도 그런 오류 눈에 띄거든 하시라도 서슴지 말고 알려주게나.
한 번 실수는 兵家之常事라 했던가. 그래도 그렇지 거듭 되는 실수라.
크고 작고가 문제가 아닐세. 실수는 실수이고 보면 반드시 고치고 싶은 게
나의 희망일세. 그냥 넘어갈 일이 따로 있지, 이런 건 필히 고쳐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하겠네.

우리말을 바르게 쉽게 분명하게 쓰고 싶은 게 바람이다만,
그게 소원 만큼 그렇게 쉽지만은 않네. 티끌 모아 태산 아닌가.
시행착오 만큼 확실한 반면교사는 없는 것 같네.

내게 이런 알뜰한 指摘을 해 주는 사람은 오직 愚民 자네 뿐일세.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고 기대하는 바일세.
그러기에 내겐 자네가 그만큼 더 소중한 벗일세.
愚民 자네는 나의 둘도 없는 벗인 동시에 훌륭한 스승일세. 愚弟가 알지 못하고
있던 바를 깨우쳐주는 사람 만큼 좋은 벗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고 보니 두 번씩이나 꼭같은 실수를 저질렀네그려.
“솔권”을 쓴다는 게 또 <솔군>으로 잘 못 표기를 하였구먼.
아예 모르고 그랬다면야 무지의 소치로소이다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으나
그건 아니었네. 알면서도 버젓이 되풀이 되는 실수, 이런 것이 바로 습관적인
실수인가.
“권속”이며 “권솔”이란 말들을 모르는 바가 아닌데도 그렇게 생각도 없이 써 버릇하다니……

네 죄는 네가 알렸다.
그러고 보니 愚民의 지적을 받는 순간 지난 번의 실수도 생각이 나네그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즐겨 쓰는 고유의 말들이 있기 마련인데
자주는 아니네만 <솔권>이란 단어도 나의 그 범주에 들어있는 말이되었네.
아무튼 고맙다는 말 진심으로 거듭 전하는 바일세.

짐작하시리라 믿네만, 武溪와는 서로가 흉허물 없이 속내를 털어놓고 지내는
사이가 되어버렸네. 나와 내 권속의 밑천까지를 미주알고주알 그 친구 내외는
다 알고 있으니.

친구의 친구는 친구가 된다더니, 내 경주 사돈과는 지난 번 전시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이인데, 두 분은 의기투합하는 바가 있는지 서로가 가끔 만나기를
원해 이번에도 함께 자리해서 식사를 같이 했네. 지난 구정 때는 경주에서 일차
회동을 한 적이 있었고.

사돈이 되기 전까지는 실은 안 사돈과는 막역한 사이였는데, 사돈이 되고 난 뒤로부터는 바깥 사돈과 더 자주 교류를 하게 되면서 안 사돈과는 거리가 생기는 것 같은 감이 들어 좀 뭣하네 그려. 그러나 아직도 사적으로는 상호 호칭이 ‘최선생님’이요 ‘교수님’으로 계속 되고는 있는 사이일세.

될 수만 있으면 세상 쉽게쉽게 살자는 게 나의 인생철학일세. “쉽고 시원시원하게” 가 나의 모토이라면 어떻게 들리는가. 그러하다고 해서 位階秩序를 무시하거나 사리에 어긋나게 적당히 살자는 건 결코 아닐세. 또 사설이 길어지네. 생각이 깊은 사람은 말을 하지 않는다 했던가.

하얀 아카시아 꽃 만발한 오월 하순, 그 진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는 신록의 푸른 오월이 드디어 아쉬운 작별을 고하려 하고 있는 시점일세. 삭막하고 휑뎅그렁하던 겨울이 엊그제 같은데, 춥도 덥도 않고 이렇게도 좋은 꽃과 이파리의 호시절을 맞았는데 또 다시 이 오월을 보내야 하다니………그래도 녹음의 유월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 또한 신나는 한 달이 되면 좋으련만.
쾌면하시고 좋은 밤 보내시게.

맑디 맑은 날 5월 27일

林谷齋/草雲

459 total views, 1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