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생님
전 원래 서울 사람이 아니어서 서울 지리에 밝지도 않으려니와 서울 발전의 생생한 내력도 잘 모릅니다. 지난해 귀국한 뒤로부터 서울에 살게 되면서 남다른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고, 그 호기심이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지다 보니 짧은 기간 동안에 비교적 많이 익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울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 중에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저보다 서울에 대해서는 더 알지를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하는 일이 없이 노는 사람이라 그런 데 관심을 두지만 사람들의 관심분야가 어디 다 같습니까?
그건 뉴욕에 채류하는 동안에도 그러했습니다. 일시 머무는 여행이 아니었고 거기서 생활 하기 위해 갔기 때문에 생존차원에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런 정신상태는 우리 생이 마감되는 날까지 지속되어야 할 건전한 마음일 것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차원의 삶의 시작입니다. 죽음이 뒷받침되지 않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했습니다. 죽음이 삶을 받쳐주고 있기에 삶이 그만큼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뒷쪽 주변도로가 <윤중로>입니다. 이름부터가 따지고 보면 이상합니다만 1968년부터인가 이 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벚나무를 심었겠지요. 그로부터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그 나무들이 얼마나 크게 자랐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 거기 벚꽂구경을 처음 갔을 때 놀랐던 사실 중 하나가 수령이 아주 오래된 큰 나무들이란 것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윤중로 벚꽃을 실재 본 소감은 놀라운 것이었지요. 그야말로 百聞而不如一見이었습니다. 올해는 천안함 사고로 축제는 열지 않았습니다만 상춘객들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응봉산”은 이름이 山이지 산이라기보다는 나지막한 언덕이라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지 모르겠습다. 높이는 고작 81m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기 전망대에 올라가 성동구 한강변에 새로 조성된 <서울 숲>과 중랑천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가관입니다. 그 일대 개나리는 한번 가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경이었습니다.
중앙선 전철을 타고 가다 <응봉>역에서 내려 남서쪽 언덕을 올려다 보는 순간 야!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더군요.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일단 한번 와보시라니깐요” 라던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生時의 말이 생각납니다.
윤선생님은 이미 대학시절부터 등산도 다니셨고 마음껏 낭만을 즐기면서 멋진 젊음을 구가하셨네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청계산 등 서울 근교의 아기자기한 산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겠습니다. 그 결과가 아름답고 원숙한 윤선생님의 오늘이 있게 한 것입니다.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라 했던가요. 인생의 봄은 다시 오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들 마음의 봄은 해마다 찾아옵니다. 마음의 봄을 즐길 줄 아는 멋있는 인생후반기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는 것은 늙는 것이 아니고 익는 것, 즉 원숙해지는 과정이라 했습니다. 탐스럽게 익어가도록 밝은 햇살을 많이 쬡시다.
꽃이름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데서 여성의 섬세함이 묻어납니다. 우리 남성들은 이런 면서는 여성들과는 비교가 안 되지요. 그야말로 족탈불급(足脫不及)입니다. 윤선생님과는 상호보완적(complementary) 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제가 그만한 힘이 되겠는지요.
아무튼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지난해 저는 개인적으로 이어령씨의 간증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압구정동에 있는 유명한 <광림교회>에서 였습니다. 그때도 잔뜩 기대를 가지고 간 것이 탈이었습니다. 모든 분야가 다 大同小異 하겠습니다만 신앙이란 것도 이력, 경력, 시간, 세월 없이는 어느 경지까지 이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 간증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공든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푸른오월의 네쨋날
서울에서 / 김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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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 10-05-03(월) 06:29:19
Subject: 생각났어요.
제가 어떤 장소가 생각나지 않았는데 선생님의 글을 다시 읽다가 그 글에서 찾았어요.
워커힐이요. 그리고 여의도 윤중로는 거리만 보았지 벚꽃을 본 기억은 없어요.
응봉산 일대의 개나리도 사진은 보았을 법하지만 갔던 기억은 없어요.
사실 응봉산이 어디 있는 산인가요?
서울에 살았을 때 그러니까 대학시절에 등산을 좋아해서 반친구들과
눈덮힌 겨울등산 하던 생각이 제일 납니다.
미끄러지며 뒹글며 눈속을 걷던 기억이요.
그리고 버너로 끊여먹던 일품 찌게요.
친구끼리 그저 고기 몇 덩어리와 감자. 당근, 호박, 양파, 마늘, 파를
썩썩 썰어서 가져가고 고추장, 된장을 넣고 끓여서 먹었는데
그렇게 꿀맛일수가 없었던 기억들이요.
그런 맛은 아마 다신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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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카스는 아마 하이비스카스의 줄임말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이 꽃은 하와이 주꽃이지요. 일본 오키나와의 대표꽃도 되지요. 아마 많이 보셨을꺼예요. 무궁화꽃처럼 생겼는데 매우 크게 생긴 꽃이예요. 하와이 춤을 추는 여인들의 귀에 꽂고 훌라춤을 추는 것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옛날 한국에서 본 기억이 있지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는데 선생님의 글 <봄날은 간다>를 다시 읽다가 ‘워커힐 주변과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이 좋았고…’ 에서 찾았어요. 워커힐 가는 도로상에 하이비스카스가 아름답게 피어서 학창시절에 사진 찍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에도 사진을 좋아해서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지요. 어떤 것은 꽃이 얼마나 큰지 얼굴보다 더 커보이는 것 같더라구요.
부겐빌레아는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세잎이 서로 뭉쳐있고 끝에 아주 짙은 진분홍색을 띄고 있어 온통 담이 진분홍색으로 덮히지요. 제가 제일 생각나는 곳은 고인이 된 그레이스왕비의 나라 모나코였어요. 지금도 그때의 사진을 가끔 들여다봅니다. 작은 도시국가로 가파른 언덕에 예쁜 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이 부겐빌레아가 온통 덮혀있어 멀리서 찍은 사진에도 온통 진분홍으로 화사했어요.
캐스터네츠는 스페인의 플라멩고를 춤추는 여인들이 양손에 한 벌씩 가지고 서로 맞부딪치면서 따따닥 캐스터네츠의 소리를 내며 박자를 마추어 춤을 추잖아요.
그리고 저도 지적하신 글이 오자였던 것을 알았습니다.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급하게 출판하게 되어서인가보다 생각했지요. 만약 저도 장래에 책을 출판하게 된다면 선생님의 채찍으로 더 잘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지성에서 영성이기 때문에 영적인 성장과 갈망을 원하는 분들에게 더 어필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책도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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